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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un 01. 2021

문제는 구조에서 온다

전쟁사를 보면서 이해는 가지만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이 바로 '모든 문제는 구조에서 온다'는 점이었다. 구조는 시스템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협력이 잘 안 되는 조직, 능력 부족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조직도 구조의 문제일까? 작게 보면 개인으로부터 시작해 넓게 보면 조직, 회사, 국가단위의 문제점은 모두 구조의 문제인 것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인사, 조직문화 관련 책을 보면 항상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년 화제작이었던 <규칙 없음> 책은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 대해 다뤘는데 책의 주요 내용은 좋은 인재를 많이 포진해서 책임과 권한을 주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라는 것이었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라는 책 역시도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을 주요 관점으로 삼았다. 서로 다른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키워드는 문화다. 문화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수가 모인 곳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행태들이 모여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좋은 문화가 되었다는 건 좋은 구조를 갖추었단 의미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상황일까? <뇌물의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 뇌물이 많았던 이유가 바로 생계형 뇌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리나 관노비 입장에서는 봉급이 너무 낮아 생계유지 조차 안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향리의 월급을 주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면 백성들의 불만은 크게 폭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백성은 가난했으며 그런 그들에게 세금을 내게 해 향리나 관노비에게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또 그 세금들이 향리의 주머니로 온전히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었다. 또한 세금을 걷기 위해서는 개인별 소득을 알아야 하는데 소득증명서를 발급해줄 리 만무했다. 세금을 걷는 방법도, 걷는 대상도 모두 불명확했다.


요즘 인재가 부족해 난리라 한다. 실업자가 많은 상황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 말이 맞는가 하지만 막상 들춰보면 어떤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기업에서는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지만 누구든 실전 경험 없이 그런 경력을 쌓는 것은 불가하다. 그나마 대처할 수 있는 인턴 시스템은 매우 적은 수로 돌아가고, 고융자 입장에서는 사람을 채용했더니 일을 너무 못하는데 고용법상 문제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되고 좋은 인재, 쓸만한 인재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신입이 설 곳은 점점 없어진다.


한번 굳어진 구조는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그 구조가 형성되고 돌아가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면서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구조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 특히 오랫동안 살아남은 구조일수록 장점이 뚜렷하고 구조에 기반해 성장한 것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구조가 흔들리고 기존의 장점이 단점이 되거나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 그 자체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 또는 개선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선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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