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빚지는 것을 싫어했다. 지금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돈, 물건 등 다루는 것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때론 그게 인간관계에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중 여전히 잘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에서 부채와 레버리지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내가 가진 자원이 없지만 타인에게 빌려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게 있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돈이 없더라도 신용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빚을 잘못써서 인생을 망치는 사례를 보면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때문에 부채를 쓸 때에는 어떻게 쓸 것인지 명확한 목표와 계획이 중요하다.
그런데 비단 돈에만 부채가 있는 건 아니다. 처음 부분에 언급했듯이 인간관계, 기술, 자기 계발마저도 부채는 존재한다. 다만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돈을 빌리기 위해, 혹은 인적자원, 물건 등을 빌려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다. 금융계에선 이걸 신용이라 부른다. 내가 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어도 괜찮다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거래의 시작이 트인다. 반대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거래가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이는 자신과의 약속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어떤 과제든 척척 해낼 줄 알고 하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무기력 학습이 반복되다보면 스스로에 대한 신뢰조차도 깨지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소홀히 하게 된다. 때문에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일과 관련된 거라면 실력이 그런것에 속한다.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이런 것들이 모두 정확한 수치화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들면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런 수치화가 제대로 되어있는 곳은 많지 않다. 직장인의 연봉 역시 마찬가지다. 내 가치가 이 정도가 되는지 아닌지는 회사와의 협상을 통해 얻게 된 것이지 가격표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축복이다. 나의 가치를 무한정 올릴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력 키우기에 집중하는 게 좋다. 어찌 보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혈연 지연을 뺀다면 유일하게 남는 건 실력뿐이다. 그 실력을 레버리지 삼아 더 많은 것을 할 기회가 찾아오게 할 때까지 말이다. 더 많은 기회는 내가 가진 것이 충분해야 혹은 내가 가진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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