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험이 쌓인다. 그리고 쌓인 경험은 개인의 커리어에 녹아든다. 업종이 정해지고 그에 따른 일을 지속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험과 연차가 늘어나며 연차가 쌓일수록 좋은 대우와 보수를 받는다. 일에 전문가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일을 오래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적어도 이전까진 그랬다.
그러나 요즘 같은 경우는 그런 경험 없이도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그들이 다른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오랜 경력이 잘한다는 일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얼마큼 일을 잘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소위 말해 실력으로 평가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랜 경력이 좋은 실력을 갖게 한다는 공식이 깨진 덕분이다.
그렇다면 좋은 실력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쉽게 말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문가든 초보든 해결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문제를 구조적으로 살필 줄 알고 문제의 재발을 막으며 파생되는 다른 문제점을 고루 살피면서 해결하는 사람이다.
A라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이것을 해결했는데 B라는 문제가 튀어나왔다. B를 해결하는 C문제가 생기고, C를 해결하니 다시 A라는 문제가 재발했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상대방이 전문가일까?'라는 생각에 의심이 간다. 그렇다. 이런 케이스가 바로 초보가 하는 실수다. 문제를 단면으로만 보고 그와 연결되는 다양한 접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수는 초보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 역시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하단 것은 다양한 사례를 겪었다는 의미이며 자연스레 여러 사항을 살피는데 능숙하다. 그러나 오랜 경험이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할 순 없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일을 했는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살펴야 비로소 신뢰할 수 있다. 단순히 해당 업종에 오래 있었다 하더라도 매번 같은 일만 해왔더라면 초보와 다름없는 실력을 갖췄을 수도 있다.
일을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겨우 그 업종에 발을 들여놨다는 의미다. 여기서 실력을 키우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의식적 선택에 달린다. 나 역시 이 업종에 적지 않게 일을 하면서 7년 차 사람이 3년 차 사람보다 일을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둘의 차이는 개인 시간에 얼마큼 자기 계발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달랐다. 일을 그냥 다니는 사람과 자기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욕심의 방향이 확실히 다르며 도착지 역시 달랐다.
성장을 못하는 이유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성장'에 방점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 눈앞에 결과물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작은 노력들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 <언바운드>
경험을 단순히 연차로 치환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 몇 년, 아니 몇십 년 뒤엔 다시 연차가 전부를 차지하는 시대가 오겠지만 지금처럼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때, 즉 혼란한 시기일수록 밑천을 드러내고 남는 건 실력뿐이다. 그리고 실력이란 경험과 같은 말이 아니다. 풍부하고 질 좋은 경험이 좋은 실력을 만든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본과 핵심역량에서 '확실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먼저다. 여기에서 확실한 실력은 '적어도 해당 분야의 직무교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고,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실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의미한다.
- <언바운드>
빅데이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쓰레기 데이터를 모은다고 해서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진 않는다. 좋은 데이터를 정제해야 좋은 인사이트가 나온다. 우리의 경험도 마찬가지 않을까? 아무렇게나 쌓은 경험은 그저 해봤다 수준의 경험일 뿐이다. 조금만 디테일한 질문이 들어와도 바로 당황하게 된다. 좋은 경험, 그래서 내 커리어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선택과 그에 따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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