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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24. 2021

문제를고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원인 분석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원인 분석을 표면적인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대체로 맞지 않다. 표면에 드러난 현상은 단 하나의 이유로 생기는 게 아닌 복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게임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 학교 성적도 떨어지면, 부모들은 이 둘을 인과관계로 묶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게임하느라 공부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과 학교 성적은 상관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있을 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성적이 떨어진 근원적인 이유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며 갑자기 어려운 개념이 많이 등장하는 발마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은 바람에 게임하는 시간도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게임을 금지시킨다고 한들 성적이 오를리 만무하다.
- <언바운드>


행동은 복잡한 것들의 총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메인키를 잡으려는 이유는 복잡한 생각을 하는데서 오는 피로감을 줄이려 하거나 빠르게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실력이 도통 오르지 않는 동료를 보며 '노력을 안 하네'라고 말하기는 편하지만, 상대방이 정말 노력을 안 하는지, 아니면 노력할 시간조차 없어서 못하는 것인지 알 방법도 없으며 그가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면적 행동을 고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표면에 드러난 행동을 제거한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형태로 변경될 거라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바란다면 드러난 것을 제거하거나 고치는 것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더 유익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매번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런 사람에게 '그냥 일어나서 뭐라도 하면 돼'와 같은, 행동을 고치려(단점 보강)는 조언보단 침대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나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정해주는 게 낫다. 직장인들이 출근을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처럼, 여행날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라면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시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해야만 하는 명확한 이유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절로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단점을 고치려는 습성에 익숙하다. 그러나 단점을 고치는 것보다는, 장점으로 단점을 덮거나 단점을 아예 사라지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단점을 보완하는데 더 유리하다. 때론 새로운 장점으로 단점이 사라질수도 있다. 눈앞의 현상에 집중해 문제를 진단해버리면 그것만 치워버리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는 게임이 없어진다 한들 다른 걸 찾으면 찾았지 공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 하나만 고쳐지면 돼!'라는 생각을 버리자. 그것보단 어떻게 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자.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전자보단 후자가 더 미래지향적이고 도움이 된다. 결국 고치려는 노력도 더 나아지기 위한 하나의 부분일 뿐이다. 그 부분을 마치 전체인 것처럼 취급하지 말자. 적당히 덮은 문제는 언제든 다시 재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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