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보면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곤 한다. 학창 시절에 배운 것들, 회사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때로는 바깥에 눈을 돌려 폭넓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곤 했는데,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가거나 인강, 책을 찾아보곤 했다.
항상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시 환경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프로그램에 고질적인 문제들을 보고 나면 그것이 그렇게 답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바꾸면 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나 의사결정권자에게 거절당했고, 그로 인한 반발심이 자랐던거 같다.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마다 그와 관련된 것들을 학습하기에 바빴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았고,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점점 깊이 있게 들어가게 되었고, 그것을 하나하나 응용하면서 사용하다 보니 학습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아 이게 아닌데.
무언가를 배우는 것, 준비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리미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깊이 있는 공부, 완벽한 준비는 파면 팔수록 계속 나왔다.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게 좋은 거라 생각하고 맹신했었다. 뭔가 남들보다 아는 게 많은 거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런 것 일수록 활용할 빈도가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물론 때론 이런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습에 대한 깊이가 부족하고 중요한 순간에 해결점을 찾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매몰되어 있어도 곤란하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전자제품 최강국이었던 일본을 디지털 시장에서 완전히 역전한 사례가 있다. 디지털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강점으로 꼽히는 장인정신이 아니다. 신호가 임계점을 넘고 잘 작동한다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생산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디지털 시장에서는 더 효과적이다. 대한민국 특유의 정서인 ‘빨리빨리’가 디지털 생태계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우리는 가장 큰 시장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서 일본을 압살했다. 이것이 일 잘하는 것과 돈 잘 버는 것의 전형적이자 극명한 차이다 - <인생은 실전이다>
학자라면 깊게 깊게 가는 학습법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습한 걸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학습의 원론, 깊이보다는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맞다. 내 경우, 후자의 포지션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수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부의 다수는 자기만족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행동에는 목적이 따라가야 한다. 깊이 파는 공부가 맞느냐, 넓게 그리고 활용성 있게 하는 공부가 맞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학원을 진학한다면 전자와 같은 공부가 중요하다. 혹은 회사에서 연구직으로 있다면 전자의 방식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실무를 해야 하는 사람,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 맥락에 따라 투자해야 하는 것이 현저하게 다른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것의 목적, 최종 목표지가 어딘지를 명확히 상기하는 게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활용을 잘해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노력과 그에 따른 행동이 일치되어 정진하는데 더욱 분발할 수 있다.
내가 지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타당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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