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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28. 2021

자신이 믿는 것을 기꺼이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무언가 하다 보면 가장 익숙한 방법을 선택해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혹은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심사숙고해서 고른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도 익숙하거나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영영 불가능하다. 무언가를 판단할 때 저마다 가진 안경을 가지고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객관적으로 보겠다는 '노력'뿐이다. 비슷하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사례에서 동일한 방법을 고집하게 될 경우 그렇다. 상황에 따라 적합한 것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렇게 믿기 때문에 오판을 하게 된다.


웨익은 노련한 집단이 항공기 사고든 화재 사고든 간에 낯선 상황에 처했을 때 적응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경직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낯선 상황을 감싸서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양 집단 전체가 한 마리의 고슴도치처럼 행동했다. 마치 그렇게 하면 실제로 앞서 경험했던 것이 된다는 듯 말이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잘하는 것이 생기면 모든 문제점을 그에 파생해 보는 경향이 생긴다. 내가 아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할수록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같은 사고나 문제점이라 하더라도 풀어내는 방법이나 순서가 전혀 다를 수 있다. 또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직면했을 때에도 그런 감정을 느끼기 쉽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과 긴박함,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생기는 교착상태이다. 이럴때 시야가 좁아지고 익숙한 방식을 그대로 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공포심을 느끼게 되면 당장의 현상에 집중하게 되어 시야가 매우 좁아진다. 눈앞에 칼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 때 평소 전투에 대해 훈련받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공포감에 매몰된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익숙한 행동, 가장 확실하다고 믿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가령 들고 있는 가방이 있다면 그걸 휘두르는 것처럼 말이다. 가방은 휘두르기 좋은 물건이 아닌대도 그렇다.


평정심을 유지하란 조언을 듣는다. 그 이유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넓게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훈련이 따로 되어있지 않다면 익숙한 것,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선택, 더 나아가 집착하게 된다. 


산불 진화 대원들에게는 소방 장비야말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웨익은 이렇게 썼다. 〈진화 장비는 소방대원에게 자긍심을 부여하며, 애초에 소방대원을 출동시키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장비가 소방대원의 본질을 정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장비를 버리는 행위가 실존적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매클린은 간결하게 표현했다. 〈소방대원에게 진화 장비를 버리라는 말은 소방관임을 잊으라는 말과 같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접근하기보단 내가 가진 것과 연결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선택지를 좁히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때 자연스레 시야가 좁아진다. 특히 이 과정이 습관적으로 일어나게 될 경우 좋은 선택지를 무의식적으로 필터 할 수 있다. 때문에 문제를 바라볼 때에는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새롭게 정의하고 접근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적정한 것을 찾는데 보다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갈고닦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꺼이 내려놓고 다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편견이 없어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 상태가 되어야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수 있다. 다행인것은 이런 것은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해결에 필요한 도구들을 적절하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지, 도구를 먼저 선정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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