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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Nov 05. 2021

언젠가 기회가 올거라던 형의 말

어릴적 게임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매일 오락실에 갔던 게 마치 학교나 회사 다니듯 했다. 당시에 친하게 지내던 형들이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고시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어느 날 형들 중 한 명이 말하길, 자기는 때를 기다리는 타입이라고 한다. 그래서 때가 오면 합격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곤 했다. 몇 년 뒤 그 형은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형이 말한 때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오지 않았을까? 기회가 없었던 건지, 있었는데 놓쳤던 건지 알 순 없지만 한 가지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당시 형이 했던 공부량으론 부족했을 거란 사실이다. 당시에 그 형은 오락실에 약 5~8시간을 앉아 있었다. 나머지 시간에 공부를 했다곤 하지만 내가 알 길은 없다. 공부량이 합격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들인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적이 오를 순 없다.


아마 어느 한해쯤은 쉬운 문제가 출제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가 쉽다고 해서 내가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1차를 합격했다 하더라도 2차가 있고, 또 긴 시간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기엔 그 형은 공부 체력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어쩌면 그 형이 말한 때라는 게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기회를 내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지금 하는 노력들이 기회를 잡는데 연관이 되는지 되물어봐야 한다. 물론 기회가 내가 준비한 것과 완벽하게 맞춰져서 오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렇지 않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체력을 길러놔야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몸담은 분야에 충분한 스킬과 노하우가 있어야 기회를 만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내가 유튜버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 전성시대가 왔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모든 유튜브 채널이 성공해야 하지만, 같은 시기에 있던 대부분의 유튜브 채널은 그 파도를 타지 못했다. 내게는 10년 동안 다양한 인터뷰를 하며 쌓은 차별화된 경험과 역량이 있었다. 그리고 기획, 촬영, 편집 등 유튜브 운영에 관해서도 10만 명의 구독자 수를 만들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시대가 주는 운을 만났을 때 멋지게 올라탈 수 있었다. - <럭키>


기회라는 것은 내가 준비한 대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가진 스킬을 제대로 이해하고 충분한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내가 가진 스킬을 합쳐 크게 도약할 수 있다. 반대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하면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소화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뱉어내야 하기도 한다.


그릇을 키우란 말을 자주 듣는다. 얼핏 그릇을 키운다는 건 수동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능동적인 활동이다. 더 큰 기회를 기꺼이 받아내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부딪혀가며 성장한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중요한 키워드인 통찰력 역시, 노력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머리만 커질 뿐이다. 그리고 기회란 위기로부터 온다는 말도 충분히 준비되어있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때를 기다리되 그날이 올 때까지 꾸준히 정진하거나 or 포기하거나. 한번뿐인 인생인데 기왕이면 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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