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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Dec 02. 2021

초보라는 이름에 숨지말자

개발자 직군에는 초급/중급/고급으로 분류하여 이야기되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SI나 SM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데, 경력을 바탕으로 급여를 산정하는데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2012년 11월 등급제를 폐지했지만 현업에서는 여전히 유용하게 쓰이며 실력과 무관하게 경력으로만 측정되기에 실력이 없는 사람도 대다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지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중고급에서 한 단계 더 나누어서 중초(중급 초보) 단계가 하나 더 있다. 이제 막 중급의 경력으로 넘어선 사람에게 붙여지는 명칭이다. 누군가는 단가를 싸게 쓰기 위해 하는 거라고도 하는데, 개인도 상황에 따라 명칭을 이용할 때가 있다. 가령 본인의 실력보다 높은 것을 요구받을 때 '저는 중초라서 안돼요'라는 게 그렇다. 흥미로운 건, 이런 말은 어디에나 붙이기 나름이다. 각 등급별로 무엇을 해야 한다 라는 기준선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먹힐수만 있다면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붙여 쓴다.


프로란 무엇일까? 초급이든 고급이든 각자의 스펙은 있지만 공통점은 돈을 받고 일한다는 점이다. 즉 어떤 일에 마주했을 때 돈을 받고 한다면 일단 프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내게 이익이 될 때는 프로라고 자칭하면서, 내가 손해를 보거나 불리해지면 호칭 아래 숨는 것이다. 계약거래를 할 땐 '저는 중급인데 왜 급여가 이거밖에 안 되나요?'라고 하지만 일을 맡아달라 할 땐 '저는 중초라서 이런 건 못해요'등이 그렇다. 이런 상황을 역으로 악용해서 비용을 싸게 지불하는 업체도 있지만, 개인의 입장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렇게 부른다는 것은 스스로의 상한선을 긋는 것과 같다. 이는 스스로 목을 죄는 것과 같다.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선언함과 동시에 일을 도전할 기회마저 박탈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태도는 잘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땐 프로가 아닌 그냥 '일을 하러 온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신입'이나 '초보'라는 이름하에 숨을 이유가 없다. (...)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프로인 것이고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 <일의 격>


높은 권한, 높은 보수를 가지려면 그만한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해보지도 않고 그저 일이 많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것은 성장시키지 못하며 경험의 질이나 양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만년 초보를 벗어나지 못한다. 질적 성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호칭에 숨지 말자. 임원이면 임원이지 '초보 임원'이 없는 것처럼 스스로 그 명칭에 걸맞은, 혹은 부르는 것에 걸맞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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