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효율성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특히 일에 관해서 그런데 같은 일이라도 5시간 걸리는 것과 10시간 걸리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다. 딱히 오랜 시간 붙잡는다고 해서 일의 퀄리티가 좋아지지 않는 거라 한다면 효율성 좋은게 당연히 좋다. 그런데 효율성이 오히려 독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무언가를 학습하는 것이다.
이론을 학습하는 것과 경험하는 것에는 시간차가 많이 난다. 책으로는 1시간이면 학습할 수 있는 것이 실험을 하게 되면 하루 또는 며칠씩 걸리곤 한다. 이론대로 하면 될 것 같지만 막상 되지 않는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전을 통해 이론을 재정립하고 나만의 노하우를 쌓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은 효율성과는 정반대로 작동한다.
이론으로만 학습하고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험하지 않은 것은 축적되지 않는다. 즉 내 경험, 경력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자양분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결국 학습이라는 것은 반복적인 축적활동으로 인해 의해 높은 단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인데, 이론만 학습하면 손가락 사이에 모래알 빠져나가듯 사라져 버린다.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론으로만 배우다보니 머릿속에는 한참 윗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건 어린아이 수준에 못 미치게 된다. 이러한 괴리감은 오히려 자신감을 하락시키거나 콧대만 높이게 된다.
그래서 무언가를 효과적으로 배우려면 비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때론 책에 뻔히 나와있는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돌아가보는 경험도 필요해다. 그 과정에서 얻는 다양한 경험 및 노하우가 온전히 축적되는데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실험 없이 책으로 실험 결과를 이해하고 외우면 매우 효율적으로 보인다. 1시간만 쓰면 된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이해하려면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교과서대로 잘 안된다. 그러나 후자가 없으면 결단코 '축적'되지 못한다. - <일의 격>
학습의 목적은 단원을 빨리 나가기 위한 것도 아니고, 조기학습 종료를 위한 것도 아니다. 학습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는 것이 학습의 진정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축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빨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속도보다 방향성이라는 이유로 느긋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단순하게 보면 게으른 것이지 비효율성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비효율적이지만 속도를 올려 많은 것을 빠르게 시도해보는 것이 더 좋은 경쟁력이 된다. 속도와 효율성은 동의어가 아니다.
조금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꾸준히 하자. 학습이란 본래 그런것이다. 목적에 빨리 다다르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 것보다 속도를 올려 피드백이 빠르게 오갈 수 있게 하는데에 집중하는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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