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늘어감에 따라 요구하는 상의 변화를 체감하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언가 하나를 깊게 아는 것보다는 고루 알고,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의 퍼센트를 두면 80% 정도까지는 매우 깊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대부분이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머지 10~20%에서 필요한 깊은 지식들이 전체의 발목을 잡을 때를 본다. 상황에 따라 중요시 하는것이 달라지며 그에 따라 요구 및 인정받는 스킬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어찌 됐든 하나를 깊게 알아야 하는 것이 어느 순간 필요하다. 때로는 그 하나가 많은 것을 망쳐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깊이 안다는 것이 하나를 뚫어지게 판다고 되는 건 아닌 듯하다. 그렇게 간단한 거라면 애초에 애먹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깊은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 것과 상호작용을 맺으면서 응용이 가능한 형태로 변형되어야 하냐는 것이다. 즉 관련된 것의 깊은 지식 + 효용성을 따지는 것이다.
톱니바퀴 하나를 잘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톱니바퀴 사이에 잘 돌아가는 핵심 톱니바퀴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이 핵심 톱니바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만들려는 톱니바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맞물린 톱니바퀴들과 어떻게 작용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구조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설계도를 보고 이해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이 구조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를 깊이 안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어떤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 분야만 오래 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도 보면서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것이 결정적인 도움을 줄때도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예측자는 개인적 경험이나 어느 한 전문 분야에 토대를 둔 직관에 의지하기보다는 당면한 문제와 거리를 두고서 구조적으로 공통점을 지닌 전혀 무관한 사건들을 살펴본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교훈을 준다. 그리고 숲 너머 세상과의 관계도 살필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보고 그 안에 디테일한 것을 보다가 다시 전체를 보는, 즉 시야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식을 쌓는게 중요하다. 넓게 알거나 깊게 알거나 둘 중 하나만 해선 정작 중요할때 써먹을 수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승자가 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게 깊이인지, 넓이인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학습을 해야 성장할 수 있다. 한가지 방법만 고수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혀 의심이 들고있지 않다면 지금이 바로 그 고민을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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