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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Feb 03. 2022

숙련이 예술을 만든다

예전엔 누군가 했던 일을 고대로 따라 하는 것에 대해 반발심이 있었다. 고리타분하고 형식에 얽매이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유로운 사고와 효율성을 따져가며 일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느꼈던 시절이다. 그래서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을 그대로 쓰는 것보다 새롭게 만드는 것을 더 선호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잘 숙지할수록 일하는 게 한결 수월해지고 속도가 붙는다. 반대로 매뉴얼을 무시하고 직접 해보면서 배우면 하나하나 노하우가 쌓이는 느낌이 들겠지만 속도가 나질 않는다.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게 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많을수록 일을 더 창의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숙련이 우선되는게 좋다.


덧셈을 할 때 매번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면 다음 단계를 풀때는 반드시 느려진다. 노트에 써가면서 풀었다 하더라도 이미 식을 다 외운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내가 노트에 적어 하나하나 볼 시간에 그 사람은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이 끝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숙련은 속도를 크게 좌지우지하며, 번 시간만큼 다른 대에 재투자할 수 있음으로써 나만의 노하우로 발전할 수 있다. 즉 어느순간이 되면 예술적 성향을 띄게 된다.


실행을 지속하면 어느 순간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존 듀이는 이것을 ‘하나의 경험 an experience’이라 표현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잡아서 한번 해본다, 그걸 숙련될 때까지 지속하면 어느 순간 예술적 형태의 러너스하이 runner’s high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가 덕업 일치의 순간이겠죠. - <그냥 하지 말라>


때로는 이런 숙련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점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전체에 비하면 소수일 뿐이다. 결국 하나씩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발목을 잡는다. 


어느 책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데 기꺼이 돈을 투자하지만 훈련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말을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비슷했던 거 같다. 새로운 정보에 투자하는 것(예를 들어 강연 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숙련의 영역은 오롯이 나 혼자서 해결 가능하다고 여겼던 거 같다. 그 같은 오만함 때문에 특정 스킬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그러니 내가 해야하는 영역에 충분한 숙련도를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당연히 잘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효율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간효율성이 좋은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돌려놓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퍼포먼스가 좋으며 종종 창의적인 생각으로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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