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지겨운 법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모르면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 수준밖에 안되는 거 같다. 당시에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니까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 문제가 있었다. 왜 정직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이 정직한 상황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나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정직한 행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내가 바라본 현실에는 정직함이 그런 대단한 힘을 준 적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는 그 한 장면을 위해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간다. 모든 포커싱이 그 키워드를 기반으로 움직여서 결정적인 순간까지 몰고 간다. 하지만 현실은 짜여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정직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왜 정직함이 강조되는지는 알 것 같다. 얼마 전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당시 함께 일할 사람은 내가 직접 선별하거나 사전에 미팅을 한건 아니었다. 회사에서 어떤 이유로 인해 뽑은 사람이었고, 같은 프로젝트에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화려한 경력에 '이번 프로젝트 정도는 잘 해내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웬걸, 일을 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능력이 밑천을 드러냈다. 게다가 오래된 경험이 있어선지 말재주나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건 보통이 아니었다. 하물며 눈앞에서 틀린 것을 지적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불화를 만들고 몇번을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타인과 협업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협업을 해도 괜찮은 사람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그 사람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달랐다.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고 반드시 믿음이 가는 사람이 아니었고, 짧게 만났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다. 방금 전 사례처럼 그 사람의 이력서는 너무나 화려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그 프로젝트를 수행할 충분한 능력이 겸비되진 못했다.
당장의 일하는 게 급해, 돈이 급해서 들어온 거라면 그 사람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봐야 할 거 같다. 그러나 결국 제명당했다. 이후로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보다 학습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이력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면접을 볼 때에도 자기의 말과 이력서의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추가가 되었다.
스스로 정직하지 못하면 내가 써놓은 말에 질문이 들어올 때 상이한 답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의심은 면접이 끝나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이력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느 전략에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보여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전략은 대체로 그 상황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준다. 문제는 그렇게 뽑힌 사람들이 회사에 취업이 되거나 어디에 소속되고 나면 머지않아 신뢰를 잃고 상황을 지옥으로 만든다. 괴리가 의심을 낳고 의심이 사람을 괴롭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을 겪으면서 정직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물론 나는 모든 것을 정직하게 털어놓아야 성공한다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내세워야 할 것에 정직이 빠진다면 어느 순간 괴리가 발생하고 최악에는 상대방의 신뢰를 잃는다. 신뢰를 잃게 되면 그것을 증명하고 밝히는데 시간을 다 쓰고 정작 내가 집중할 것에 집중하기 못하게 된다. 어쩌면 그런 관계라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곤 한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는 왜 정직함이 중요한지를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정직함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신뢰가 왜 중요한지도 몰랐다고 말해야 할거 같다. 이제는 좀 알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행동을 결정해야 할때 '이 선택이 내가 정직하게 사는데 도움이 되는가'를 꼭 기억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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