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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r 11. 2022

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최근에 회사에서 어떤 해야만 할 일이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별거 아닌 건 아니지만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나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우선 요소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2가지 문제로 정리될 수 있었다. 역량을 갸늠하는 것과 반복의 문제였다.


첫 번째로는 내 역량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얼마만큼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계획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로는 일을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요소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일과 내 역량을 측정하려면 한 가지가 필요하다. 그 일이 내게 충분히 익숙한 일인가의 여부다. 이미 해본 일, 혹은 비슷한 일은 이전에 쌓인 경험을 통해 측정치를 내놓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일수록, 익숙치 않은 것일수록 시간이 늘어난다. 그래서 내가 계획한 것과 실제로 걸리는 시간에 갭이 있는 이유가, 1~100까지 완벽하게 컨트롤 가능한 일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수 있지만 사실은 환경적인 요소나 모르는 것이 갑자기 생김으로써 추가 시간을 할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주요 요소는 두 번째, 일을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점이다. 좀 더 명확히 이야기하자면, 일을 끊어서 자주 생각한 것이다. 한 번에 깊게 고민하여 다소 명확한 논리를 세워 정리해두었어야 할 일을,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다가 멈추고를 반복한 것이다.


생각에는 연속성이라는 게 있다. 한번 논리적으로 깊게 생각이 들어갔다면 다음에 이 수준까지 들어가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풀리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즉 충분히 시간을 두어 깊게 생각한 뒤 한번 마무리하고 나왔어야 다음에 생각할 때도 마무리했던 단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깃발을 꽂지 못했더니 항상 0부터 시작해야 했고 그로 인해 진척 없이 생각만 반복한 것이다.


깃발을 꽂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매번 새롭게 리셋된다. 그럼 막혔던 부분까지 다시 도달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것은 마치 기록과 닮았다. 기록이 되어있으면 축적이 되어 다음 단계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으면 매번 처음부터 정리해야 한다. 했던 정리를 반복한다. 이는 마치 익숙치 않은 숲길을 걷는 것과 같다. 매번 다녀야 할 숲길이라면 다니기 편하게 조금씩이라도 길을 가꾸어야 점점 다니기 편한 길이 된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매일 다니는 숲길이라 하더라도 익숙해지는 것이지 다니기 편해지는건 아니다.


한 가지 생각을 깊게 하는 것. 그리고 어느 포인트에 도달했다면 깃발을 꽂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적으로 한다. 반복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그러나 반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간낭비가 되거나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단련이 된다. 설령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깃발을 찍어두는 건 유용하다. 그래야 되돌아서 다시 왔을 때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금세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면 그 고민을 잘게 쪼개가 하나씩 나아가야 한다. 고민만 하는 것은 불필요한 노동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또한 해결되지 않는 반복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러니 깃발을 꽂자. 그것들이 모여 이정표가 될 것이고 마침내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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