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일하는데 어지간히 집중이 안됐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다가 일 조금 하다가 다시 기웃거리길 몇 번이나 반복한 거 같다. 꾸역꾸역 하긴 했지만 하루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겨우내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날인데 무엇이 다른 걸까. 한참 생각하다가 한 가지로 귀결되었다. 지나친 효율성에 대한 집착 문제였다.
생산성이나 효율성은 내가 줄곧 강조한 것들이다. 좋은 효율은 좋은 성능을 내며 많은 output을 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좋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일할 환경을 만드는 것을 중요시했고, 그것을 곳곳에 설정했었다. 통계적 수치로 보면 아마 70% 정도는 일하는 장소에서 하는 게 효율이 좋았다. 화면이 큰 모니터, 방석, 책상 구조 등 그렇다.
이렇게 까지 해두고 나니 카페에서 일하는 게 많이 줄었다. 잘 구성해 놓은 공간이 있는데 굳이 카페 가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몸이 힘들면 잠시 일어나 스트레칭하는데도 유리했고, 필요한 강의를 듣는데 이어폰 끼지 않고 봐도 되기 때문이다. 작업공간이 주는 편리함이 기대 이상이었기에 카페에 가는 빈도가 줄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런 효율성이 아무런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장소는 최적의 효율을 낼 순 있어도 나의 마음을 다 잡아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날은 아무리 좋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해도 위안이 잘 안 된다. 애초에 잘 되는 상황이라면 흔들리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성으로 무언가를 먹거나 방황을 했다.
평소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삐걱거리게 될 때, 브레이크 수단이 없으면 가장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내 경우 배가 고프지 않아도 무언가를 자꾸 먹는다. 마트에 가면 과자를 한 무더기 사 오기도 한다. 이렇게 먹으면 안 될 거라는 신호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모든 과자가 뱃속으로 들어갈 무렵 문뜩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나서야 지난 행동에 대한 실수를 떠올리며 자책한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는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한 방지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런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실패했던 방법으로 계속 재시도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강하다면 달리기나 산책을 통해 푸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계획도 짜보지만, 막상 그 상황이 오면 마트를 간다. 그렇다면 왜 산책을 가지 않았을까?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한 보상(먹는 것)과 확실하진 않은 보상(산책)을 선택하라면 당연히 확실한 보상에 더 끌린다. 너무나 합리적인 생각은 오히려 잘못된 실수를 반복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최악을 선택하지 않는 안전장치는 많을수록, 그리고 확실할수록 좋다. 이 장치가 견고할수록 좋은 태도나 습관을 들이는데 유리하다. 성공한 경험, 좋은 경험이 누적되어야 좋은 선택을 하고 실천할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악을 선택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무너질 때는 가장 사소한 것부터 무너지기 때문이다.
시간은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격을 벌려놓는다. 우리가 어디에 시간을 들였든 그것은 복리로 증가한다. 좋은 습관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지만 나쁜 습관은 시간을 적으로 만든다. 습관은 양날의 검이다. 좋은 습관은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나쁜 습관은 우리를 쓰러뜨린다. 그래서 매일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습관이 어떻게 작용하고, 또 어떻게 해야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워나갈 수 있는지 알아야 위험한 칼날을 피할 수 있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습관은 최악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엇나가지 않게 잡아주며, 시간이 갈수록 내편으로 만들어준다. 나쁜 것을 이겨내는 것 역시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면 좋은 방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려면 이런 태도가 상시 탑재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당분간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시도를 시작해볼까 한다.
효율성에 대한 집착은 시선을 가린다. 그리고 종종 더 나쁜 방법으로 선택하게끔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율과 조화이고 그 과정에서 효율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계스러운 방법을 강요하는 것보단 기계스러움에서 오는 장점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오는 장점을 융합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궁극의 효율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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