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Mar 23. 2022

지금 일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거란 착각

만약 내가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케팅 전문 회사이며 마케팅 담당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두고 보면 나는 당연하게도 마케팅 관련 일을 매일,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 것이고, 시간이 가면 점점 더 많은 실력과 커리어가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나 역시 이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직장에 가서 일을 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몇 시간이나 일을 할까? 점심시간을 제외한 8시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6시간은 내 전문성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2시간 정도밖에 안될 수 있다. 회의에 끌려가거나, 동료들과 티타임을 한다거나, 쇼핑몰을 보거나 등 다양한 딴짓을 하기 때문이다.


영어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하루에 2시간씩 꾸준히 하면 영어가 늘긴 한다. 그런데 영어를 비약적으로 잘하고 싶다면 2시간으론 부족하다. 내가 영어학원을 다닐 때는 아침에 학원에서 듣는 것, 그리고 스터디, 저녁시간에 복습까지 하면 매일 2시간씩 투자했었다. 실력이 좋아지는 걸 느끼기도 했고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업 마지막 날 각자 소감을 영어로 말하는 게 있었는데, 나와 같이 시작한 어느 한 분이 너무나 유창하게 말하는 걸 보았다. 강사님도 놀라 어떻게 했냐고 소개해달라 했는데 그 사람 말로는 하루에 4시간 이상은 기본이었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에도 김밥 한 줄 먹으면서 복습했고, 집에서도 2시간가량 더해서 늦게 잤다고 한다. 그 이후로 무엇을 학습하든 제대로 학습하는게 중요하단걸 알았다.


일이란 처음 시작하면 금방금방 실력이 느는 게 느껴져서 시간 대비 효율이 정말 잘 나온다. 그런데 어느 수준이 지나고 나면 하나를 깨닫는데도 몇 시간, 며칠이 걸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비로소 인정받는다. 그 결과는 단순히 오래 다녔다고 나오는 아웃풋은 아니다. 일수가 많을수록 시간 총량은 늘어나지만 그런 시간은 능력을 갸늠하는데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시간을 강도 높게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수가 많은데 실력이 고만고만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작업만 반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오래 다닌 것으로 일을 잘한다고 볼 수 없다.


자신이 아는 것을 알고 있는걸 메타인지라고 한다. 좀 더 복잡한 이야기지만 간단하게 그렇다는 말이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 그걸 보다 능숙하게 하는 것이지 그걸 잘한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잘하는 것은 한 가지 조건이 더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에 부합하게 한다는 변수가 포함된다. 단순히 찍어내는 일은 기계가 훨씬 잘한다. 그러나 기계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여 최적화를 해낼 유연성이 없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아무리 어렵고 상황이 각기 다르다 하더라도 능숙하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매일 반복적인 일만 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그 흉내만 낼뿐이다.


지금 내가 직장에서 하고 있는 일과 투여한 시간이 나의 능력을 더욱 키워주는 것인지, 언제든지 기계나 어린 사람들에게 대체될 수 있는 능력인지 판별하자. 그런 성찰 없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은 언젠가 배신당한다.




함께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lemontia/694

https://brunch.co.kr/@lemontia/562


매거진의 이전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