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만큼 일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직장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시키는 일이 많을 때 주로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해도 되는 것이 적은 임금을 주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직장인이 회사를 욕하는걸 많이 보지만 회사가 개인에게 욕하는 건 자주 보지 못한다. 회사가 무조건 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 본다. 그러나 회사 역시 직원들에게 배신당하곤 한다. 기대하고 뽑은 사람이 알고 보니 맹탕이었을 때, 혹은 직원이 수습할 수 없는 큰 사고를 저질렀을 때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늘 갑이라는 생각에 그런 것을 무마시킨다. 그러나 개인이 당한 일에는 그것을 때론 몇 배 부풀리곤 한다.
말을 하다 보니 회사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히려 다르다. 회사든 개인이든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지 어느 하나가 절대 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주는 만큼 일하는 사람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 예를 들어 내가 만두를 먹는데 어떤 곳에서는 1000원에 팔고 어떤 곳에서는 5000원에 판다. 그런데 둘을 먹어보니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1000원짜리 만두를 더 자주 사 먹을 것이다. 나아가 1000원짜리가 더 맛있다고 주변에 홍보하고 다니게 된다. 즉 1000원짜리를 팔던 사람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알아서 홍보해 주는 사람을 만든 것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된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가 1000만 원의 가치가 있고, 이것을 누군가에게 제공하기 위해 1000만 원을 청구했다면 상대방은 제 값을 주고 구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500만 원으로 제공했다면 어떨까? 제공받은 사람은 굉장히 기분 좋은 마음으로 스스로 잘했다고 느낄 것이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변인에게 당신을 소개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1000만 원짜리를 500만 원에 했다고 해서 퀄리티를 낮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1000만 원보다 더한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금액이 낮아졌다고 서비스 질을 낮춘다는 것은 주는 만큼 일한다는 마음과 다름없다. 그리고 고객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안 좋은 소문을 낼 수 있다. 즉 자기 가치를 알게 모르게 스스로 깎아 먹는 것이다.
주는 만큼 일한다. 어찌 보면 타당한 말이기도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 보자면 완전히 손해 보는 짓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어떤 돈을 지불했다면 그에 응당한 기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대에 충족을 넘어 만족이 되어야만 상대방은 당신의 가치를 제대로 봐준다. 반대로 적당한 결과물을 받는다면 당연한 돈을 지불했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에게 호감갖지 않는다. 그러니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복수한답시고 적당한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제살깎이 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평생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
물론 너무 낮은 가격에 스스로를 낮추는건 더 위험하다. 종국에 가면 아무도 승자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소한으로 받아야 하는 금액을 명확히 세워야한다. 무조건 싸게한다고 좋은 사람이 오는건 아니다. 오히려 싼 가격에 무분별하게 요청하여 이상하게 시간과 노력을 빼앗길수도 있다. 이 완급조절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하기로 했다면 돕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일하자. 그게 주는 만큼 일한다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훨씬 가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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