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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pr 21. 2022

퇴근 후 매일 카페에 갔던 이유

아직 공부 습관이 자리잡지 않았을 때 매일 카페에 갔다. 저녁에 가서 11시까지 커피 한잔에 몇 시간 동안 책을 읽다가, 혹은 일하거나 분야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갔다. 집에서 해도 되는걸 왜 카페까지 가면서 궁색을 떨었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 나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우선 집에서 무언갈 한다는 게 어색했고, 집에 가면 몸을 편하게 하는 유혹을 벗어나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있다 보면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 컴퓨터로 하는 어떤 거나 책 읽는 것. 그에 반해 집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침대에 누워 있을 수도 있고, TV도 있고, 유튜브를 이어폰 끼지 않고 봐도 된다. 집에서도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할 순 있지만, 우선순위가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었다. 하지만 카페는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다 보니 그것 아니면 할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걸 매일 할 수 있었다.


무언가 꾸준히 할 때 중요한 것은 열정보다 환경설정이다. 열정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해야 할 것을 선택하게 해 주지만 휘발성이라 금세 사라진다. 반대로 환경설정이, 그래서 그것 말곤 할 게 없는 상황일수록 실행할 확률이 올라간다.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그안에 들어가는게 중요하다. 그러다 충분히 체화가 되었을 때 좀 더 자유로이 선택하는 게 좋다.


뭔가를 무시하는 것은 뇌가 의식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어쩌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데 휴대전화를 앞에 두었다고 하자. 어쩌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뒤집어놨을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있는 동안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전화 안 볼 거야’라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매일같이 뭔가가 우리 뇌에 수백 번의 자잘한 도파민 주사를 놓고, 뇌는 이를 무시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다. 사실 이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데, 왜냐하면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주는 게 무엇인지 찾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 <인스타 브레인>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신경을 쓰는 것도 힘이 든다. 때문에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 환경이 가장 좋다. 그런 환경에 놓여 있다면 쓸데없는 것에 저항할 필요도 없고 일이나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간다. 때문에 초반에 중요한 것은 환경설정이다.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몰아넣는 것이 열정이나 의욕보다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선택해야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를 멈추는데, 그때 다양한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래서 명확한 목적이 없다면 할일을 미루거나 다른걸 하게 된다. 당시에 카페는 내게 선택폭을 몇가지로 줄여주는 장소였고, 그 덕분에 내가 해야할 것에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나만의 작업공간이 있는가? 그게 카페든 집에 어느 한 방이든 관계없다. 나의 선택지를 최소한으로 줄여주어 그것만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을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매일 거기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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