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으로 들어가면 상대방이 어떤 능력을 겸비하는지, 이력에 거짓은 없는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상대방의 진면목을 끄집어낸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중 하나가 바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다. 기술직에 있어서인지 그런 면을 꼼꼼히 본 편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막상 들어와서 제대로 손도 못 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력서에 쓰여 있는 자기 기술에 대한 서술과, 실제 현장에서 능력 발휘를 하는 것에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기술에 대한 부분만큼은 적어도 꽤 꼼꼼하게 보는 편이었다. 기술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다른 것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내가 맡은 일을 잘하는 것, 가진 스킬을 활용하는 것은 의식주와 같은 것이다. 즉 스스로가 관련 커리어를 쌓고 있는 중이라면 당연히 잘해야(또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고장이 나 수리점에 갔더니 능력이 부족해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황당할까? 실제로 그런 말을 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답게 꾸준히 학습하고 정진하는 게 맞다.
여기에 하나 더해 부가적인 일들을 책임감 있게 처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계기가 된 것은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을 보면서 느꼈다. 이 사람의 특징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거나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한다. 그러나 일이란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고, 회식 지대의 일을 누군가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의 역할이 아니라고 이것을 방치하거나 모른 채 넘어간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생각, 호구 잡히지 않겠다는 생각이 커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내버려 두는 게 옳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면 책임감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걸 잘 챙기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인기가 좋다. 함께 일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책임감과 자유를 누리면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감정노동을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톱니바퀴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우를 받는다.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힘들게 일하지 마라. 결국 지역 소식지에 나오는 일자리나 얻게 될 것이다. - <린치핀>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책임을 많이 진다고 해서 반드시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가성비면으로 보면 안 좋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며 책임이 많아질수록 어느 순간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대우를 받게 된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부가가치를 쌓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받는 수준의 급여, 매년 오르는 연봉 인상 수준 이상의 가치를 만들 수 없다. 반대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폭넓게 아우르는 사람은 부가가치를 조금씩 늘린다. 처음엔 분명 티끌이지만 이것이 쌓이면 엄청난 격차를 만들고, 결국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뛰어난 인재로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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