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일기를 쓰라고 하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기는 그저 숙제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방학숙제에 일기는 꼭 들어있었는데, 쓰기 싫다 보니 개학하기 전에 몰아 쓰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면 기억 저편에 있는 걸 끄집어 내 쓰지만 대부분 기억이 잘 안 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요즘 나는 일기를 정말 열심히 쓰고 있다. 일하다 자기 직전까지 가도 일기를 쓰고 있는 거 보면 이젠 하나의 습관이 되었단 생각이 든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날 한 것들을 피드백하기 위해서다. 잘한 것은 왜 잘했는지, 못한 것은 왜 못했는지에 대해 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각이 정리되고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객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객관화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잘 없다. 자기 객관화를 하는 이유는 내가 생각한 나와 나를 바라보는 내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불일치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스스로 사교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니 친한 사람과 만 대화를 잘 나누는 거였더라면 사교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내가 생각한 것과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 객관화다.
자기 객관화가 되어야 반성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한 뇌피셜로만 반성을 하면 완전한 반성을 할 수 없다. 병을 잘못 진단하고 다른 치료법을 쓴다고 해서 병이 낫지 않는 것처럼,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어야 바르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기록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저지르는 수많은 오류 역시 우리가 1인칭 시점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만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 <럭키>
기록은 나를 알아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상담도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을 잘 기록해둘수록 스스로를 알아가는데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기록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다. 제대로 진단해야 좋은 치료법이 나오는 것처럼, 진단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하고 그것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진단할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나이다. 전문가를 통해 나를 좀더 세밀하게 볼 수 있기도 하지만 그것의 시작도 결국 상담동안 내가 한 말에서 근거해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나를 잘 알고 문제를 잘 진단할 수 있다면 해결책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나를 잘 모른다면 해결책을 찾는게 난해하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나를 돌아보는 것, 나를 찾아가는 것에 좀더 심혈을 기울여보자. 그 시작이 바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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