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적에 게임을 정말 많이 했다. 그중에는 확률형 게임도 있었는데 확률로 좋은 아이템을 뽑거나, 강화에 성공하거나 등 강력한 보상을 주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게임을 접곤 했는데, 지인의 경우 현금으로 몇십~몇백만 원에 해당하는 상품을 시도했다가 날아가 그만두는 것도 자주 봤다.
당시 나는 그런 행운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낮은 확률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기보다는 리스크나 리턴은 적더라도 확률이 높은 것에 배팅했다. 정 구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면 그때야 비로소 확률을 걸었다. 성공확률이 10%도 안 되는 장비 강화에 도전하기보다는 꾸준히 돈을 모아 웃돈을 주고서라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나 역시 후자보단 전자가 더 흥분된다는 걸 잘 알았지만, 내게는 애초에 그런 운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확률적으로 봤을 때 너무 낮다는 것을 감안하여 절대 하지 않았었다.
덕분에 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게임 자산이 작게는 3배~5배 정도 차이가 났다. 항상 게임머니가 들어올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들을 해놨었고, 매일 루틴을 돌며 그것들을 수금하는데 최적화하도록 만들었다. 어찌 보면 기계처럼 게임을 하곤 했는데, 당시 돈 모으는 게 재미있었던 나는 그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란 걸 알았다. 나름 재미도 있었다. 가난하면서 즐겁게 게임한다고 자위하는 것보다 자금이 넉넉한 상황이 게임을 즐기기 더 좋은 환경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친구 중에는 로또에 당첨되듯 낮은 확률를 뚫고 성공하곤 했다. 그러나 그 물건은 다음 달이 되면 사라졌다. 더 높은 욕망으로 인해 과감히 시도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을 종종 인생과 비교하곤 한다. 꾸준히 모으는 것은 당장은 답답하고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인생은 크게 2가지 영역이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과 내가 제어 가능한 영역. 그중에 확률에 기대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전자는 아무리 잘해도 확률 자체가 높아지지 않는다. 항상 낮은 확률에 기대야 한다. 반대로 후자는 내가 바라는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점점 확률을 올려준다. 노력하는 만큼 확률을 올릴 수 있다.
형들은 포커를 5년 넘게 치던 사람들인데 초짜인 내가 이긴 것이다. 책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결은 뭘까? 간단하다.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포커 지식에 입각해 확률로만 상황을 바라본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예를 들어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커를 할 때 다음과 같은 실수들을 저지른다. 인생에서 실수를 하는 패턴과 매우 비슷하다. ○ 괜히 사람들에게 쪽팔리기 싫어서, 상대 코를 납작하게 만들려고 베팅을 끝까지 해버린다(자의식 보호). ○ 이 판을 이기면 돈을 크게 딴다는 것만 생각하고, 잘될 것만 같은 상상에 휩싸인다. 안 될 경우를 상상하지 않는다(소망적 사고의 오류). ○ ‘내가 지금까지 계속 졌으니까, 이번에는 이길 거야’라고 착각한다(도박사의 오류). ○ 여러 번 지고 화가 나서, 이성적으로 확률을 계산하지 않은 채 감만 믿고 베팅한다(확률 게임이 아닌 감정 게임). - <역행자>
지금의 나의 행동과 선택들이 확률에 배팅하는 방식인지, 확률을 올리는 방식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감정과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당장 제어가 가능한 환경,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여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게 미래를 봤을 때 더 낫다. 당신은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가?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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