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은 어느 정도 일까? 어릴 적에 그런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게임이었다. 누군가는 비싼 아이템을 획득하는데 나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같이 하던 사람이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면 부러웠었고, 나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운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계기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변한 적은 없는 거 같다.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은 사람을 지키게 만든다. 의욕을 꺾고 노력에 대한 회의가 든다.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은 목을 죄듯 숨 막히게 한다. 그러다 보면 다른 것에 기웃거리게 되고, 적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게 내게 맞는 걸까? 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럼에도 쉬이 바꾸질 못했다.
당시 적성이라고 생각한 것에 함정은 '내가 이걸로 돈을 잘 벌 수 있을까?'라는 진짜 욕망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너무 재미있는 일은 급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당연히 돈은 중요하다. 살면서 돈이 필수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것, 푹 빠지는 것에는 돈보다 나의 감정이 더 우선된다. 덕질을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해다. 그러나 내가 즐거우니까 기꺼이 하는 것이다. 당시 내가 찾던 적성은 일을 잘 해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이걸 한다고 큰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그 안에 꽁꽁 숨어있었다.
당장 일을 통해 돈을 잘 벌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해온 일을 더 잘하는 것이다. 다른 일을 한다면 그 분야의 일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최저시급의 대우를 받으며 시작할 확률이 높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분야는 급여가 적은 게 당연하다. 새로운 걸 한다는 것이 내 경력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신입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며 급여가 낮아지는 것 역시 당연하다.
어쩌면 게임에 대박이 없었던 이유는 내가 어느 하나를 그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던전을 공략했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당연히 나의 레벨은 더 올라가지 않았으며 그만그만한 레벨에서 놀고 있었으니 대박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대박을 노리려면 대박이 잘 나오는 곳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활동을 하려면 적어도 나의 레벨이 높아야 한다. 좋은 아이템은 레벨 높은 던전에서 나오며, 그 던전을 공략하려면 당연히 나 역시 레벨이 높아야 한다. 이런 단순한 인과관계를 알지 못하고 게임을 적당히 했다. 일도 적당히 했었다. 그러니 대박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 값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결괏값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수십 개 기업에 떨어지면 본인의 역량은 바꾸지 않은 채, 입사 지원하는 기업 수 자체만 늘리는 오류를 범한다. 물론 운이 좋아 그중 어느 한 기업에 합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운이 정말 좋은 운이었을까? 그 기업이 정말 자신이 처음에 가고 싶은 기업 중 하나였을까? 아마 A는 쳐다보지도 않는, 많은 학생에게 선호받지 않은 기업일 것이다. -<럭키>
새로운 것을 하더라도 이미 내가 몸담은 분야에 높은 성과를 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시작하는 것은 대우도, 시작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다른 것에 기웃거리며 나만의 적성을 찾을 시간에, 내가 하고 있는 것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릇이 크지 않은데 욕심만 앞서면 탈 난다. 그릇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학습의 양과 강도를 높이고, 꾸준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대박을 노릴 가능성도, 확률도 올라간다. 그러니 다른 것에 자신의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하자. 그 방법이 나를 높은 곳에 데려다 줄 가장 확실하면서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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