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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18. 2019

글 쓴다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

버티기 위해 목적을 찾는 과정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항상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새 일정 수준으로 도달하는 경험이 한두 번 있던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버티어 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는데, 요즘 그게 딜레마에 빠졌다. 왜 그럴까 생각하며 고민해봤는데 최근 몇 개의 글과 영상을 통해 조금은 알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티기 이전에 하나가 빠져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 혹은 꼭 필요한 것인지 가늠하는 것이었다. 막연히 하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엔 재미있는 게 널려있다. 게임, 드라마,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양한 흥밋거리가 곳곳에서 오라고 손짓 중이다. 취미생활에 대한 정보나 모임도 충분해 마음만 먹으면 취미 생활하나 갖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은 광고도 재미있게 만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풍파 속에서 저거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고급 기술이 많이 필요한 동영상 편집도 점점 쉽게 할 수 있게 새로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사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시대에 해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하는 게 더 어렵다.


글을 쓰면 좋을 거 같으니 꾸준히 써보자 라든가,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면 광고 수입도 들어올 테니 좋겠다 라는 식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그래도 감이 잘 오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결국 대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꾸준히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놀라운 공통점을 듣게 된다. 이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버티는 건 내 전문'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반응 없는 결과물에 지쳐간다. 그들이 말하는 기회라는 것은 언제 오는 걸까 생각하고, 역시 이건 나와 맞지 않아 하면서 그만둘 생각도 해본다. 그럴 때마다 그 정도 끈기도 없었어? 라며 스스로를 부추길지 몰라도, 힘든 건 힘든 거고 지치는 건 지치는 거다.


최근 the-edit라는 콘텐츠 업체를 봤다.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땐 몇 개 영상을 보고 지나쳤었다. 그러다 최근에 흥미로운 영상을 연거푸 보고 나서는 이 회사의 정체성이 궁금해 이것저것 보게 되었다.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라는 슬로건으로 그들은 사고, 먹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소개한다.



그들의 글을 보면서 나에게 빠져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그들의 글솜씨라든가 영상편집 능력, 콘텐츠 발굴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계속 글을 보면서 묘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정말 그것을 좋아했다. 그러니까 소비하고 사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내가 보기엔 글 쓰는 거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대표는 10년의 업계 경력이 있던데 그런 사람이 글 쓰는 게 너무 좋다 라고 말할 거 같지 않다. 그냥 밥먹듯이, 숨 쉬듯이 하는 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강원국 또한 글쓰기를 위해 훈련을 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버티는 거였다. 그리고 나는 무엇이 그들을 버티게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알 수 있었던 건, 글쓰기는 그들이 전달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란 것이다. 즉 그들에게 글쓰기보다 우선되는 것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생계가 달린 것이고, 그 무게를 견뎌가며 글을 쓴다.


그에 반해 나는 글을 쓰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부분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가 좋다면, 글쓰기가 목적이었다면 토요일 아침 카페에 가서 하루 종일 글만 써도 질리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금세 질렸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게임에 한참 빠져있었을 때는 하루에 10시간을 게임해도 부족했고 자는 순간까지도 게임을 생각했다. 하루 종일 앉아있는 의자에 몸을 비틀기도 했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면서까지 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컴퓨터 앞에서 먹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해본 적도 없다. 아니할 생각도 없다.


글쓰기는 도구다. 엑셀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것과의 과정에 한 부분을 차지할 뿐 결정적이지 못하다. 엑셀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는 데이터 사이언티스도 데이터에 집중하지 엑셀 기능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이 데이터에 집중하는 이유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딱히 목적이 없는 데이터를 24시간 붙들고 있을 거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지 목표 그 자체가 되기 힘들다. 때문에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좀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강연과 글을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작업은 단 하나다. 내가 먼저 그 정보와 재미에 감동하는 일, 그다음에야 비로소 확신을 가지고 쓰고 말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읽히는 글의 첫 문장을 쓰는 법] (브런치)


지탱해줄 힘이 부족하다는 것. 그것이 생계가 됐든 너무 즐거워 먹는 것도 잊고 매달리는 것이든 어떤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라 요즘 나의 정체성에 대해 매일같이 질문하고 있다.





참고:

디에디트 홈페이지: http://the-edit.co.kr/

https://brunch.co.kr/@aiross/618

https://brunch.co.kr/@lemontia/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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