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절종과 함께 지내기
나는 매일 아침 체육센터에서 한 시간 동안 근력운동을 한다. 2000년 겨울 처음 운동을 시작했으니, 대통령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동안 나는 꾸준히 쇠질을 해온 셈이다. 그동안 큰 부상 없이 지낸 것이 나름 인생의 업적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화요일, 등 운동을 하다 왼쪽 손목을 보니 마치 작은 한라산처럼 불쑥 솟은 5센티미터 크기의 물혹이 있었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혹시 내가 새로운 근육을 발견한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근육이 아닌 결절종이었다.
과거에도 오른쪽 팔꿈치에 비슷한 물혹이 생긴 적이 있어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절종입니다. 그냥 놔두셔도 됩니다.”
주사로 뽑거나 수술을 할 수 있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는 상상했다. 황새치 같은 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장면에 소름이 돋았다. 결국 치료를 포기했고, 신기하게도 그 물혹은 사라졌다. "혹시 나에게는 결절종을 사라지게 하는 초능력이 있는 걸까?"라는 착각도 잠시, 이번 물혹은 그렇게 쉽게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며칠 후, 나는 인터넷에서 결절종 치료법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계속 뜨는 걸 보니, 아마 구글 알고리즘이 내 물혹까지 걱정해 주는 모양이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두꺼운 책으로 내리치면 터진다고 했다. 나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꺼냈다. 무거운 진리로 가벼운 혹을 눌러보자는 생각이었다.
손을 깨끗이 소독한 후, 『자본론』으로 내 왼 손목을 힘차게 내리쳤다. "혁명은 고통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리칠 때마다 나는 새로운 차원의 고통을 경험했지만, 물혹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여러 번의 혁명 시도 끝에 물혹이 터졌고, 나는 스스로를 '의료 혁명가'로 칭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보름 후 물혹은 다시 돌아왔다. 이쯤 되면 물혹은 나를 떠날 수 없는 운명적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자본론』과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자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깨달았다.
결국 새로 개원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를 기대했지만, 마주한 건 백발의 노신사였다. 의사는 내 왼쪽 손목의 하얀 부분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에! 손이 왜 이런가요? “
“선생님. 거긴 시계자국이고, 그 위입니다.”
나는 물혹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음파 검사 후 주사로 물혹을 뽑아냈는데, 나오는 것이 마치 딸기 젤리 같았다. 의사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맛있게 보이죠? 이게 물혹의 정체입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혹시 설탕 뿌려 먹으면 맛있을까요?"라고 물을 뻔했다. 진료비는 5만 원. 물혹은 진료비 계산하기 전에 다시 솟아났다. 실망감이 몰려왔다. 이게 무슨 헛수고인가. 쓸데없이 결절종을 제거하려 한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완벽한 삶은 없을 것이다. 결절종도 내 인생의 일부다. 이제 나는 결절종을 오른손 중지의 굳은살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자본론』은 다시 책장에 고이 모셔 두었다. 혁명은 실패했지만, 웃음만큼은 얻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