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백사실 계곡

우연찮게 뒷걸음질 치다 가게 된 곳

by Lena Cho

얼마 전 폭우를 뚫고 퇴근을 해서 주차를

하려고 자동차 모드를 후진으로 바꾸니 시스템

오류란 경고가 자동차 계기판에 떴다.


며칠을 폭우와 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 비속에서

도로 위는 군데군데 물 웅덩이들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위를 지나쳐 다녔던

생각이 나면서 비가 그친 어느 날 회사

점심시간에 자주(?) 가는 자하문로에 있는

카센터에서 차를 점검하기로 한 뒤 1시간

정도 걸린다 하여 차를 맡겨놓고 아무 생각 없이

카센터가 있는 쪽의 언덕을 한참 오르니 보니

부암동 백사실계곡 쪽 마을이 나왔다.


백사실계곡 TV에서 보면서 '서울 도심에

저런 곳이 있나 하면서' 봤었는데 우연찮게

가보니 더 신기하고 며칠간 내린 폭우 때문인지

수량도 많고 물이 엄청 깨끗해서 우리 집 앞에

개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거기다 주변에 역시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집과

건물들이 '나 좀 비싸니까 한 번 봐줘'라는

느낌으로 산 밑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내가 사는 동네와 똑같은 빌라촌인데

물론 건물 사이즈는 심하게 다르지만, 동네가

엄청 깨끗했다.


사실 깨끗하고 좋은 집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저런 집들은 흙수저들이 받는

월급으로만 소유하기엔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물론 나를 기준 해서지만, 그렇다 할 지라도

젊은 나이에 저렇게 평일 낮에 큰 개를 산책

시키고 있는 모습은 마치 나와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나는 없는 집에서 태어나 거기다 건강하지도

않은 육체로 살아오면서 그동안은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기보다는 한 달 벌어

한 달 쓰는 느낌으로 여행을 하는데 돈을 많이

쓰고 다녔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어릴 적부터 몸이

좋지 않아 체육시간이나 뭔가 활동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럽게만 지켜보거나 병원 생활로

꼼짝없이 한 두 달씩 있어야만 했던 그 시간들과

경험들의 보상심리 때문인지 몰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정말 많이 다녔고 지금도 틈틈이

움직이고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자~

그래서 나는 오랜 직장생활에 왜 그거밖에

돈이 없냐며 언니들에게 핀잔을 자주 들으면서도

속마음은 '다들 이러려고 생고생하면서 돈 버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꼭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고 몇 년간은

언니가 시켜서지만 월급이 들어오면 언니한테

먼저 월급을 보냈던 적이 있는데 그 돈이 이렇게

작은 9평 빌라라도 살 수 있는 시드머니가 된

것이다,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거나 생활방식이 다르니

어떤 게 정답이다라고 할 순 없지만 인생이란 게

다 좋을 수없는 게 또 인생인 거 같다.

내가 월급을 이제껏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면

나도 서울에 고급 아파트는 아니지만 변두리에

한 채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지만 내 브런치에

세계 곳곳 여행기는 쓸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부암동의 깨끗하고 넓은 집들을

보면서 돈이 많으면 사람이 인생에서 나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구나를 이제야

느끼게 된다. 동네며, 집 크기며 그런 거 말이다.

뭐 그렇다고 뼈아프게 내 과거를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해외여행 같은 건 평생에 한두

번으로도 만족하는 걸로 생각하며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말 그대로 가정 말이다.


그건 좀 삭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