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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Dec 29. 2023

공주님 아니, 공주임.

미소에 취해 향기에 취해

미소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가뜩이나 껄끄러운 상사 앞에서 술 취한 모습을 보인 탓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발만 내려다보는 중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임입니까?"

"공주요?"

"아니. 공주임이요. 공. 미. 소. 주임"

"아......"


하...... 민망하다 쥐구멍 없나. 숨고 싶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가 무슨 공주냐고. 쪽팔려.


"아니. 발음이 이상했잖아요."

"내가? 공주임이 잘못들은 건 아니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하나만 물읍시다. 김대리랑은 친합니까? 둘이 왜 이렇게 붙어 있어요?"

"김대리님이랑 안 친한 사람도 있나요?"

"있죠. 나."


어이가 없네. 그래 안 친하지. 한준혁 과장님과 친한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있었나요?


"하긴. 누구 하고도 안 친하시죠. 한과장님."

"친한데. 공미소랑. 이렇게 술도 먹고 핫팩도 나누고."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공미소 놀리기. 준혁이 미소를 놀리는 사이 차는 미소의 집 앞에 도착했다. 미소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준혁이 따라 내렸다.


"늦었고. 위험하고. 직원 보호 차원에서 같이 가죠."

"많이 늦지 않았고. 직원 보호는 이만하면 되신 것 같은데요."

"얼른 가죠!


준혁은 미소의 말을 듣지도 않고 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코트를 입고 부랴 부랴 준혁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그쪽 아니라고요. 이쪽이요."


미소가 준혁의 팔을 잡고 돌려세웠다.


'쿵. 쿵. 쿵'


심장아 나대지 마라.


"말로 하지. 팔은 왜."

"아 죄송해요. 어딘지도 모르시면서 먼저 간 과장님 잘못이죠."


이 인간은 우리 집 방향도 모르면서 성큼 걷더니 왜 나한테 화풀이인가. 그러길래 혼자 간다니까 굳이 같이 가겠다고.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가요. 이쪽이에요."

"큼..... 가죠. 근데 길이 어둡네요."


미소가 걸음을 옮기려 한 순간 갑자기 골목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왔다.


"야옹~"

"헉! 엄마야!"


깜짝 놀란 미소는 준혁의 뒤로 몸을 숨겼다. 약간의 술냄새와 향수냄새가 섞여 묘한 채취가 느껴졌다. 무서운지 준혁의 허리춤을 꽉 잡았다. 준혁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공주임....... 이게 뭐하는......겁까."


떨리는 목소리로 준혁이 말을 걸었지만 꽉 잡은 두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 준혁의 허리 쪽으로 밀착되고 있었다.




*27일에서 29일까지의 연재를 마쳤습니다. 매일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리며, 가끔은 설레어도 괜찮아는 다음 주부터 매주 수요일에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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