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은 미소의 손을 잡아 앞으로 끌었다. 살금살금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게 준혁의 앞으로 온 미소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이. 별거 아니었네. 후! 가요. 과장님."
'훗! 순 겁쟁이네 공미소.'
"가죠."
준혁은 미소의 손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무서울까 봐."
"네? 그래도 손은. 좀."
"그냥 가죠. 내 허리춤 또 내주기 싫으니까."
"그깟 허리춤 좀 내주면 어때서?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닳거든."
'한 번 더 잡았다간 내가 닳아 없어질지 몰라.'
미소는 한과장의 기이한 행동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 아무래도 약을 먹은 게 분명하다고. 월요일엔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오늘은 잠자코 따라가 보지 뭐. 덕분에 차도 얻어 탔고 무서운 길도 혼자 가지 않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아무 생각 없는 미소는 집 앞까지 준혁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 왔어요. 여기에요."
"여기구나. 올라가요."
"네. 그럼 과장님 살펴 가십시오."
미소는 준혁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혹시. 내일 뭐 합니까?"
"주말이니까. 청소하고 빨래?"
"시장 조사겸 나랑 어디 좀 가죠?"
거봐. 거봐. 이럴 줄 알았지. 직원 보호 차원이라더니. 한과장님.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이러려고 집 앞까지 데려다주신 거죠? 일 시키려고."
"흐흠. 들켰네. 내일 10시까지 집 앞에서 보죠. 그럼 이만."
준혁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차로 향했다. 공미소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뒤돌아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