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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an 10. 2024

밀어봐 때려도 좋고

계단은 위험해

새벽 5시. 준혁은 평소 루틴대로 일어나 한강을 달렸다. 달려서 두근대는 건지, 공미소 때문인지 모를 심장은 아침부터 힘차게 뛰어댔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보다 오래 샤워를 했다. 준혁도 모르게 휘파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 시각 미소는 머리를 쥐어짜며 잠에서 깼다. 준혁과 만나기로 한 시간 9시. 2시간이 일찍 일어난 미소는 어제의 일을 생각하니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말 출근을 위한 밑밥인 줄도 모르고 괜히 오해해서는 공미소 흑역사 추가요! 입술을 내민 채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대체 어딜 간다는 거야?'


무슨 옷을 입어야 할까? 대충 입자니 목적지를 모르고 출근용으로 입자니 불편하고, 적당히 친구를 만나는 차림으로 가야겠다 맘먹은 미소는 평소보다 옅은 화장을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고 최대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영업용 미소 장착! 공미소. 할 수 있다. 주식만 안 물렸어도. 어호.'


억지 미소를 장착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약속시간 10분 전. 준혁은 미소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소가 사는 층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으려나.'


그녀가 사는 공간이 궁금해서 현관으로 들어섰다.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계단을 선택했다. 살며시 계단을 오르는데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들려왔다. 공미소 특유의 구두 소리가 있다. 회사에서 익숙하게 듣던 소리.


'보나마다 공미소군. 놀라게 해 줘야겠다.'


공미소 놀리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준혁은 계단 옆 집에서 숨죽여 기다렸다. 점점 더 구두소리가 가까워졌다.  


"또각. 또각. 엄마야!"


준혁을 보고 놀란 미소가 혼비백산한 채 갑자기 계단아래로 떨어지려 했다. 준혁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미소를 붙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준혁도 적잖이 놀라 미소에게 말했다.


"뭘 그리 놀라요? 밤도 아니고."

"과장님?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왜 여기 숨어계세요?"

"그야. 음."


준혁이 있는 힘껏 꽉 끌어안은 탓에 미소는 숨이 막혔다.


"근데 왜 이렇게 꽉. 숨 막혀요. 과장님. 좀 놔주세요. 컥컥."

"밀어봐요. 때려도 좋고."

"뭐예요!"


옳지. 이건 기회야. 한준혁한테 한 방 먹이는 거야. 왕년에 킥복싱 좀 배웠다고. 미소는 있는 힘껏 준혁을 밀쳤다. 하지만 182가 넘는 사내가 꿈쩍할 리 없었다.


"내가 밀릴 줄 알았던 거야? 공주임 참 순수해. 이만 가죠."


미소를 품에서 놓아준 준혁은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와 차 앞으로 향했다.


무슨 사람이 저래. 로봇이야? 철근으로 만들었어? 왜 이렇게 딴딴한 건데!


"진짜 왜 밀어보라고 한 거야? 쳇. 같이 가요. 과장님!"


혼자 홀연히 가버리는 준혁 때문에 열이 오른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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