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양 Nov 23. 2023

프로불편러의 삶

전혀 괜찮지가 않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살자'가 좌우명인 나는 프로불편러이다. 불편한 것이 많다는 것은 성격이 까칠하거나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억울한 면이 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는 남에게 조금의 불편함을 끼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 정도쯤이야' 뭐 어떻냐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다. 불쾌감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나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 예민한 사람이 되고 만다. 


한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렸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 같이한 윗집은 아이가 없이 중년부부만 사는 집이었기에 살고 있는 몇 년 동안 전혀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입주 후 5년이 되는 어느 날부터 손녀가 집에 오는 주말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우다다닥, 쿵'하는 소리가 하루종일 들렸다. 낮시간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퇴근 후 남편과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 소리는 계속되었고, 아이가 잠이 드는 밤 9시가 돼서야 조용해졌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가 꽤 있었기 때문에 관리실에서도 방송을 늘 하고 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방학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은 더욱 심해졌다. 참다못해 인터폰을 한 수화기너머로 죄송하다는 말은커녕 오랜만에 손녀가 집에 놀러 왔는데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화를 낸 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말이 날카로웠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다음부터 참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파에서 뛰어내리 듯한 소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하루종일 계속되는 소음으로 관리실을 통해 계속 전화를 해야만 했다. 아기를 키우는 집이라면 당연히 소음패드를 깔고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집에서 이런 소음은 두통을 유발하고 경고를 했음에도 전혀 강도가 줄지 않았다. 끈질기게 우리는 관리실을 통해 계속 항의를 하고 증거까지 찾아낸 다음 결국 그쪽의 사과로 마무리가 되었고 층간소음은 사라졌고 위층은 이사를 갔다.


뉴스에서나 보던 층간소음 문제로 이렇게 골머리를 썩어보니 왜 칼부림까지 나는지 알게 되었다. 요즘 KTX나 버스에서 발생한 의자 등받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타인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하면 사과하고 금방 끝날 일이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적반하장식의 반응은 절대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큰 사건들이 아니더라도 사소하게 보자면 약속시간에 늦는다던가, 버스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내리기도 전에 내린다던지,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남의 몸을 밀치는 사람 등 다양한 것들이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나는 분명 개인주의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해심이 부족해 보일지는 모르나 대부분 그런 불편한 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사소하다는 이유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나는 기꺼이 프로불편러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전 04화 아무렇지 않게 상처 주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