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출간 표류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기류가 흐를 때, 있는 힘껏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라는 조상님의 지혜다.
5년 전, 나에게도 그 물이라는 게 들어왔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하고, 요란한 파도처럼.
어느 날 아침,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브런치 알람이 쉴 새 없이 딩동거렸다. 조회수 그래프가 수직 상승을 하더니, 급기야 일일 조회수 13만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가 찍혔다. 다음(Daum) 포털 메인. 모든 브런치 작가들이 꿈꾸는 그 자리에, 내 글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사실 예고가 없진 않았다. 나와 당시 브런치 담당자가 궁합이 잘 맞았는지, 그 때 내가 썼던 글들은 족족 플랫폼 메인에 올라갔다. 소소하게는 브런치 메인일 때도 있었고, 카카오스토리, 또 어떤 때는 카카오톡 추천글로도 떴던 것 같다. 그런 글들은 유달리 조회수가 잘 나왔는데, 다음 포털 대문에 걸리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가문의 영광이었냐고? 아니, 그건 '비극의 서막'이었다. 1일 조회수 13만, 전체 시리즈 조회수 21만. 숫자로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한데, 솔직히 치솟는 조회수 그래프의 뾰족함이 무서웠다.
당시 그 글은 작가로서의 고뇌나 퇴고의 고통 끝에 나온 작품이 아니었다. 블로그에 끄적였던 글을 '복사+붙여넣기' 해서 옮겨둔, 말 그대로 '날것'이었다. 작품성? 문학적 가치?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조회수가 폭발하자, 뒤이어 댓글창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13만 명 중 단 한 명이 단 악플이었지만, 상처를 입기엔 충분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 시간 들여 글을 쓰고 저런 욕을 먹어야 하나. 멘탈이 쿠크다스보다 약했던 나는,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행동했다.
[댓글 기능 OFF]
그 버튼을 누르며 나는 안도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브런치 시스템의 잔인한(?) 메커니즘을. 댓글 창을 닫으면, 작가에게 출간을 제의하는 '제안하기' 버튼도 함께 닫힌다는 사실을. (심지어 이 사실은 5년이 지난 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그렇다. 나는 쏟아지는 악플을 막겠다고, 출판사 편집자들이 내게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통로까지 시멘트로 발라버린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때 13만 명이나 내 글을 봤는데, 왜 출간 제의 메일이 단 한 통도 없었는지. 내가 문을 잠그고 커튼까지 치고 "아무도 오지 마!"라고 소리치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내 발로 굴러들어온 '21만 조회수'라는 로또 당첨 용지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물론, 제안하기 버튼이 살아있었어도 누구도 연락 안 했을 수도 있지만, 가보지 못했던 길은 아픈 법이고, 그 길에 대한 미련은 덩치를 불리는 법이다.
그 후의 삶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물은 빠져나갔고, 노는 부러졌다. 나는 '경단녀'라는 딱지를 붙인 채 '육아'라는 긴 터널로 들어갔다.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가는 동안, 내 이름 석 자는 희미해져 갔다. 가끔 브런치에 들어가 보면,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작가들이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었다.
부러워할 틈마저 없을 정도로 육아 현실이 만만치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나와 인연이 아닌 것들을 끌어안고 사무치게 후회하고 또 속상해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5년이 지났다. 아이가 6살이 되고, 조금 살만해지니 다시 글을 써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키보드 앞에 앉아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5년 만에 돌아온 브런치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나는 이번에도 내가 글을 쓰기만 하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업로드 즉시 담당자가 대문에 걸어줄 줄 알았다. 좋아요 버튼이 정신없이 올라가고 구독자가 늘어날 줄 알았다.
글을 올리고 돌아서자 마자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람이 울렸다. 구독자가 늘어났다는 알람도 뒤를 이었다.
‘그럼, 그렇지. 죽지 않았어.’
나는 다시 자신만만해졌고, 알람이 울릴 때마다 콩닥대는 가슴을 달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두 가지 연재물을 주 2회 꼬박꼬박 성실히 연재하면서. 하지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기다리던 메인 진출 소식은 오지 않았다. 5년 전과 비교해서 하트는 늘어났지만, 조회수는 기껏해야 100~200이 전부다. 같은 연재 요일에 글을 올린 다른 작가님들의 정례화된 방문 덕분에 나오는 '품앗이' 수치일 뿐.
기저귀 가방을 메고 동네 마트를 전전하던 사이, 내게 찾아왔던 기회를 제 손으로 뻥 차버린 그 여자에겐 다시 기회는 오지 않는 것일까. 예전의 영광을 기억하며 키보드 앞에 앉는데, 이번엔 13만 조회수가 없다. 다음 메인 등극도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화려했던 13만 뷰 시절에도 오지 않던 출간 계약서를 작성했고, 어느새 일주일 남은 출간일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작가님들의 출간기를 보며 늘 입이 달싹거리고 손이 근질거렸었다. 축하하는 마음 반, 부러운 마음 반으로 읽어 내려갔던 그 비하인드 스토리. 만약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5월 첫 편 연재 시작 후 12월 출간까지, 생각보다 훨씬 초스피드로 달리느라 기록할 틈조차 없었다.
도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사실은,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건 더 이상 혼잣말로만 끝낼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당탕탕 출간 표류기’를 여러분께만 살짝 털어놓을까 합니다.
피식 웃으며 읽어주셔도 좋고, 가능하다면 가볍게 응원해 주시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우당탕탕 출간 표류기의 첫 페이지에서,읽고 쓰는 사람, ReadJoy 드림
<우당탕탕 출간 표류기>
1탄 13만 조회수를 발로 걷어찬 여자
2탄 밀어주기 73인데, 출간하자구요?
3탄 빨간 곰 줄까 파란 곰 줄까 feat. 슈뢰딩거의 젤리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