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 치고는 좀 많이 계속 내렸다.
출근시간을 피해 점심이 다 된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으로 갔다.
원래는 덕수궁 돈덕전이 목적지였으나, 덕수궁 대한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대신 공지문이 붙어있었다. 폭설로 궁 안에 나무가 부러지거나 훼손되어 입장객의 안전을 위해 문을 닫습니다.
같이 온 일행의 시간을 알차게 채워 주고픈 욕심에 덕수궁 대한문 앞 신호등을 건너 시청 광장으로 갔다.
시청 광장은 개장을 앞둔 스케이트장 공사로 가림막이 쳐있었고, 우뚝 솟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덕수궁 대신 건너편 환구단에 들리기로 한 나와 일행들. 신호등을 건너 대한제국시대 지어진 황궁우과 환구단으로 갔다.
계단을 오르면 다른 세상인 듯 나무에 걸린 눈꽃이 시선을 끌었다.
둘러보다 보니 높은 빌딩 사이에 외로운 황궁우가 빛을 보지 못한 대한제국과 나라를 지켜주지 못한 고종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황궁우를 뒤로하고 다음 장소인 청계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과 칼바람 때문에 잠시 카페에 들어왔지만,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없어 작은 유리창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 시간쯤 지나서 눈발이 조금씩 약해져서 본격적으로 청계천을 걷기로 했다.
모전교 위에서 청계천을 바라보니, 청둥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내리는 눈 때문에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마리의 청둥오리가 있었다.
눈바람을 뚫고 모전교 계단으로 내려와 광통교로 향했다.
다행히 점점 눈발이 약해져 청계천 걷기는 한결 나았다.
광통교는 조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다리였다. 그리고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의 무덤에 사용되었던 돌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연이 많은 광통교를 뒤로하고 장통교를 향해 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은 그쳤으나 칼바람이 몸을 움츠려 들게 만들었다.
춥긴 했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잠시나마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기분도 들었다.
청계천 위, 눈을 즐기는 또 한 마리의 새 친구.
쇠백로다.
사람들의 관심에도 자신만의 세계에서 고고함을 잃지 않은 모습은 부럽기도 했다.
다시 걷기 시작.
가끔 보이는 햇살과 파란 하늘이 빌딩 유리에 비췄다.
장통교를 지나가다 보면 길게 이어진 벽화를 만난다. 바로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이다. 중간중간 설명도 있어 천천히 벽화 속 사람과 만나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추위는 발걸음을 빠르게 만든다.
빠른 걸음에도 놓칠 수 없는 풍경, 그리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조선시대에도 눈사람을 만들었겠지?
문득 궁금했다. 조선시대 눈사람.
걷고, 찍고, 걷고, 찍다 보니 수표교에 도착했다.
여기서 더 갈 수도 있었지만 추운 날씨를 탓하며, 수표교위로 올라왔다.
끝으로 설산에 우뚝 솟은 남산타워를 휴대폰에 담고, 덕수궁 대한문이 있는 시청역에서부터 환구단, 청계천 모전교, 광통교, 장통교를 지나 수표교까지 눈 내리는 한양나들이는 을지로 3가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