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혼자 보는 일기만 쓰다가 타인이 함께 보는 산문을 쓰자니 글을 아예 처음 쓰는 기분이 들었었다. 학생일 때 써온 시나리오와도 달랐다. 브런치에 쓰는 글은 일상에서의 내 견해와 통찰을 담은 글이기에 스스로를 내보이는 범위가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도 커져갔다. 좋은 글은 신선한 생각과 질문할 줄 아는 유연한 사고에서 나온다고. 쓰는 동안 피부로 느꼈다. 나에게 너무 빠지지 않고 적당히 떨어져 생각하는 훈련. 스스로의 고유한 생각을 재정립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질까 생각한다. 내가 어떤 글을 읽고 싶은지, 어떤 글을 계속 쓰고 싶은지는 조금 알게 되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던 4월은 만족스러운 글을 쓰기도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도 그 고민이 마무리되어 5월이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다 오늘 생각했다.
4월에 계속 들은 노래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 CD를 구매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하거나 커피 마실 때 오디오에 넣고 자주 틀어 두었다. 피아노 선율을 듣다 보면 우거진 초록 나무, 해변, 젖은 수영복과 잘 익은 복숭아가 떠오른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인데 핑크빛, 보랏빛으로 물드는 석양도 좋지만 정직하게 어둑어둑해지는 푸른 여름밤을 좋아해서 저장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서울로 가는 지하철에 앉아 창 밖의 푸르름을 오래 보았다. 꽃이 진다고 아쉽기도 했지만 초록빛은 금방 찾아온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낫다. 제 글을 좋아해 주시고 구독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잠시 쉬고 저도 더 푸르러져서 다시 돌아올게요. 모두 건강하게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