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아주 오래전이다. LA 작은 골목에서 울음을 쏟아낸 적 있다. 길거리 공연을 보던 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노래 가사는 하나도 안들렸고, 공연의 리듬과 박자가 내 주변을 감싸 돌았다.
또 언제였나. 몇 달 전 헬스장 런닝머신 위를 달리던 중, 목이 뜨겁게 메어왔다. 이유모를 눈물이 땀과 섞여 흘러 내렸다.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폭발하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사람은 감동을 받으면 눈물을 흘린다. 그 감동은 음악일 수도, 영화일 수도, 책일 수도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알아주어서' '나와 같은 경험을 이 사람도 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우리의 영혼은 진한 감명으로 운다.
이처럼 '영혼이 울린다'는 표현은 부정적 표현이 아니다. 단순한 감정의 동요를 넘어, 우리 존재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진정한 울림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점점 이러한 순간들을 잃어가고 있다. 바쁜 일상 속 스마트폰 알림음이 그것을 대신하고, SNS 속 짧은 감동이 진정한 울림을 대체하고 있다.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순간들은 놀랍게도 매우 보편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이기에, 비슷한 것들에 감동하고 울기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로, 인간 본연의 선함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2022년 터키 대지진 당시, 한 소방관이 무너진 건물 속에서 갓난아기를 구조한 후 눈물을 흘리며 아기를 안았던 순간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적군의 부상병을 치료해준 의사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적인 선함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자연과 교감하는 순간이다. 히말라야 설산을 마주한 순간, 광활한 바다 앞에 섰을 때, 넓게 펼쳐진 사막 앞에서, 또는 봄날 첫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을 때처럼 말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경외감과 동시에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타인과의 깊은 연결을 느끼는 순간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동서독 시민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던 그 순간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28년간의 분단과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를 '한 민족'으로 끌어안던 그들의 모습은, 인간의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깊은 연대의 순간이었다. 장벽을 부수며 흘린 그들의 눈물은 단순한 기쁨의 눈물이 아닌, 인간 본연의 자유와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영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우리 각자의 인생에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은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우리 삶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순수한 감동의 순간들을 자주 경험했다. 처음으로 책을 읽고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던 순간, 친구와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며 느꼈던 자유로움, 부모님의 따뜻한 품에서 느꼈던 무한한 사랑. 이러한 순수한 감동은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만남도 있다. 스승과의 만남, 평생의 반려자와의 첫 만남, 또는 우연한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가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잊고 있던 삶의 진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깊은 깨달음의 순간들도 있다.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답, 실패 후에 얻은 교훈, 또는 고통 속에서 발견한 희망.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를 한 단계 성장시키고, 더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이끈다. 마치 오랜 수행 끝에 얻은 깨달음처럼,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 영혼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영혼을 울리는 순간들은 대개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달리는 차 안에서, 들려오는 라디오의 음악 한 소절에서, 낯선 거리에서 마주친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에서, 혹은 오래된 사진 한 장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그 떨림.
이런 순간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게 하고, 작은 친절에 감사하게 하며, 일상의 기적들을 발견하게 한다. 그래서 영혼의 울림은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닌, 우리를 더 깊은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첫 아이의 탄생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오랜 꿈을 이루며, 또 누군가는 작은 친절로 이웃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영혼을 울리는 공명을 발견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이런 순간들을 마주하고, 느끼고, 간직하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조금 더 진실되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 많은 영혼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울림은 우리의 삶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더 아름답게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