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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Nov 01. 2024

마지노선 4시간이 해결되었다. 2만 원 강아지호텔





“ 돈... 은, 오실 때 줘도 돼요... ”       



그녀의 모습은 맹해 보였다. 조용한 말투와 느릿한 몸짓에 불안감마저 느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느긋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것도 엄연히 장사인데 돈 욕심도 없어 보였다.  그녀는 다름 아닌 강아지 호텔 사장님이시다.     

      

마당에서 나무 문을 통해, 밖을 바라본 내 강아지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내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었던 여행이, 이제는 꼼꼼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한 큰 과제가 되어버렸다.      



외출을 했다가도 4시간이 지나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마지노선은 4시간인가 보다. 약속을 잡을 때도 마음 한켠에 항상 우리 아이를 걱정하듯, 강아지를 걱정하게 되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은 이렇게 나를 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갔지만, 동시에 나의 자유로움을 제한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강아지 호텔은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1박에 2만 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처음에는 의심부터 들었다. 이전에 이용했던 호텔은 1박에 17만 원이었는데, 이렇게 저렴해도 될까?      


강아지 호텔이란?

강아지호텔은 주인이 집을 비우거나 여행을 가는 동안 강아지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강아지에게 필요한 식사, 운동, 놀이, 휴식 등을 제공하며, 일부 호텔은 추가로 미용 서비스나 훈련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강아지호텔은 주인이 안심하고 강아지를 맡길 수 있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니, 값비싼 도시의 호텔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서울쥐와 시골쥐처럼, 시설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났다. 오히려 시골스러운 분위기가 우리 강아지에게는 더 좋아 보였다. 인공적인 장식과 ‘빼곡히 높은 건물’ 대신, 텃밭과 ‘담벼락 주택들’이 자연을 그대로 살린 환경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과 안전한 울타리, 그리고 깨끗하게 관리된 실내 공간은 충분히 신뢰할 만했다. 간만에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 중간중간, 사장님은 내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 속에는 강아지가 산책을 하고, 다른 강아지와 놀고, 시골 풀 향기를 맡고 있었다. 사장님은 나에게 안심하라는 듯, 사진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사장님은 여러 반려견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전문가였다. 반려견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그 느린 걸음과 나지막한 목소리는 오히려 예민한 반려견들을 안심시키는 특별한 능력이었던 것이다. 강아지들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심 어린 사랑과 전문가다운 섬세함이 묻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 나만 알고 싶은 맛집, 나만 알고 싶은 공원 등등등.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몰림으로 인해서 내가 받을 「그 서비스와 힐링」의 기회가 사라지니 당연하다. 이걸 전문 용어로 내 패는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하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방문한 강아지호텔은 나만 알고 싶다. 서울 근교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강아지 호텔 홍보’ 목적이 아닌 ‘강아지호텔 사장님 태도’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어서이다.      



편한 운동화와 운동복 차림으로 백화점에 가면,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고급스러운 옷차림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는다. 한때는 이런 직원들을 비난했다. 하지만 강아지 호텔 사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나 역시 겉모습으로 그녀를 판단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를 처음 대면했을 때 의구심을 갖었던 나를 반성한다. 우리는 종종 겉모습이나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우(愚)를 범한다.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은 화려한 언변과 겉포장이 아닌, 묵묵히 쌓아온 시간과 정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차분하고 겸손한 그녀의 태도 속에 담긴 깊이 있는 지식과 풍부한 경험은, 진정한 실력자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제 나는 사람을 바라볼 때 그 내면의 가치를 먼저 보려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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