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걷는 하루 총 거리다. 그 마저도 이곳에 가지 않는다면, 0미터 일 것이다. 어디를 가느냐? 우연히 발견한 우리 동네의 작은 정육점이다.
이곳에 다니기 시작한 지 2주. 살이 빠진 건지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빠졌다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그래봤자 1킬로 정도겠지? 살이 찐 이후로 저울에 절대 올라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하튼 조금 가벼워진 느낌인 건 사실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냥 상추를 세 장씩 깔아서 족발을 먹는다는 것.
탄수화물 금지 처방전을 받은 나는 이틀이 멀다 하고, 이 정육점을 찾는다. 고기를 사는 건 아니고, 족발을 산다. 정육점을 처음 알게 된 날, 그 앞을 지날 때 풍기는 고기 향기에 발걸음을 자연스레 멈추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차가운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족발은 나의 애정 식품이 아니다. 그러나 '따뜻한 족발'은 예외라는 점. 대부분의 족발집이 차가운 족발을 내놓는 것과 달리, 정육점은 방금 삶은 따뜻한 족발을 내어 준다.
남들은 탱글탱글이 족발의 매력이라지만, 나는 따뜻할 때 먹는 족발의 식감이 더 좋다. 이걸 모라 설명해야 할까. 미끄러지듯 입 안 혀와 하나가 되는 부드러운 탱글탱글, 게다가 '따뜻한 족발'은 간장인지 커피인지 알 수 없는 묘한 향이 은은히 퍼지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 사장님 한 팩에 얼마예요? ”
“ 이건 만 삼천 원, 요건 만 오천 원 ”
“ 네? 진짜요? ”
정육점의 특별함은 또 있었다. 똑같은 사이즈의 족발을 일반 가게보다 절반이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맛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갓 삶아낸 족발의 향과 맛은 어떤 유명 족발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미용실의 샵인샵 네일가게처럼, 정육점의 샵인샵 족발가게라니. 아이디어가 참으로 창의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사장님께 여쭤 보았다. 처음에는 정육점에서 팔리지 않은 재료를 활용해 족발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님들 반응이 좋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본격적으로 족발을 만들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확보할 수 있어 원가를 낮출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손님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설명을 듣는데 사장님의 지혜가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심”이란건, 이렇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나 보다. 족발을 이야기할 때 뿜어져 나오는 눈빛, 부끄러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입꼬리, 고추장 소스를 하나 더 담아주려는 손길, 이 모든 것들이 사장님의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만약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집과 대형마트만 오가는 삶을 살았다면, 이 글을 쓸 수 없었겠지. 우연히 동네 골목을 걷다가 발견한 정육점 족발 가게는 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행복이 되었다. 내가 아끼는 맛집 중 하나가 되어, 인마이포켓에 자리 잡았으니.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어떤 특별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