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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Nov 05. 2024

김장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제6 원소



주사위는 6면체고
탄소원자 번호는 6번이고
곤충의 다리 개수도 6개이다


조선왕조 6번째 왕은 단종이고
대한민국은 지금 제6공화국이고
국보 제6호는 충주 탑평리칠층석탑이다


그리고
.
.
.


경기도가 남양주시에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에 지원한 금액이기도 하다. 660만 원! 대체 이게 뭘까? 천만 원이면 천만 원이고, 오백만 원이면 오백만 원이지. 숫자에 딱히 의미를 담아 지원했을 리야 없겠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왜 이 숫자가 불편할까? 숫자 6은, 어릴 적 본 영화의 영향으로 '악마의 숫자'로 여겼다. 그것은 마치 빨간색 볼펜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얼토당토않는 관습처럼 내 일상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곧 깨닫게 되었다. 

      



시계에서 숫자 6은 항상 맨 아래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6을 '뒤쪽'이나 '꼬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서 등이 뒤쪽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등 뒤에 있는 걸 잘 볼 수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 서로의 뒤를 봐주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뒤를 봐주는 대표 역할자가 누가 있을까? 바로 군인이다. 군인은 이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뒤에서 나쁜 사람이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인들은 서로의 뒤를 잘 지켜준다.     




숫자 6은 시계의 6시 위치와 연관되어 '후방' 또는 '꼬리'를 의미한다. 군대에서는 '데드식스'라는 용어로 후방에서의 위험을 나타낸다. 이는 동료들이 서로의 뒤를 조심스레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양에서 6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싸운다"는 표현처럼, 협력과 상호 보완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긍정적 의미이면서, “서로 보완해야 할 약점”의 의미로도 사용한다.




호기심에 이끌려 알아본 숫자 6은 놀랍게도 다양한 문화와 분야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다. 


     

이 이론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6단계 이내의 지인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숫자 6이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좁고, 우리는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시 바라보았다. 절인 배추를 건져내는 사람, 빨간 양념을 버무리는 사람, 박스를 정리하는 사람, 허리 좀 피라며 옆 사람을 챙기는 사람. 다채로웠다. 


         


그렇다. 김치는 완벽하게 케빈베이컨의 6단계 법칙에 의해 모두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알고 있던 6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6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을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지닌 숫자였던 것이다.     



단지 영화 한 편의 영향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동안 얼마나 쉽게 미디어나 주변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스스로 깨달은 순간이다.     


6은 더 이상 악마의 숫자가 아니다. 협력·균형·상호·보완의 상징이다. 앞으로도 나는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기존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과 지혜의 길이라고 믿는다.     



김장 담글 때 반드시 필요한 제6 원소, 그것은 협력·균형·상호·보완이었다. 「사랑의 김장 나누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지원사업, 660만 원!     


"어쩌면 의도된 지원금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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