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르르한 삼치,
아이폰 하나
바다의 푸아그라,
뉴발란스 하나
관자 단새우 우니,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 하나
트러플 솥밥,
어두운 밤 홀로 있는 기분 하나
채워지고
사라지고
소망하노라
아닌 게 아닌 게 아니다 (by. 새콤달콤)
초저녁 어둠이 살짝 내려앉은듯한 분위기다. 곧 다가올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 외식을 했다. 사실 1인당 5만 원은 주부 입장에서 엄두도 못 낼 비싼 가격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남편이 쏘겠다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승낙을 했다. 당연히 속으론 무지 기뻤다. 식사하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아이들이 공부하러 멀리 떠날 예정이기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꽤 근사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 자본주의 맛 앞에서 '돈 걱정'도 사라진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상처가 되는 물건들이 하나씩 있다. 때로는 상처로 얼룩진 기억과 맞바꿀 수 있다면 '돈'의 힘을 빌리는 것도 괜찮은 듯.
달큰함이 채워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