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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May 28. 2024

'피 땀 눈물' 아줌마버전



전화를 걸어

이사 간다 말했지

얼마에 내놓을 거냐

반갑게 맞아 주었지



요즘 물건이 없대

금리가 너무 높대

싼 이자 갚는 건 바보래

상세히 알려 주었지



시장 돌아가는 판

주변 시세 좋은 곳

내 집 빨리 빼는 법

비밀스럽게 들려주었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와

오늘도 재미난 썰을 풀어내

날 위한 시간 투자에 감사해

상냥히 웃으며 대답해 주었지



괜찮아, 괜찮아

200만 원 받을 거니까

.

.

.


집 보러 온대

좀 깎아 달래

날짜 맞춰 달래

도장 갖고 나오래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와

등기 이전은 언제고

돈은 언제 입금 되고

이삿날 뭘 해야 되나 물었지



오전이면 끝날 거라네

세무사가 알아서 할 거라네

그쪽으로 직접 물어보라네

성의 없는 목소리만 들리네



하루가 멀다 하고 또 전화해

오늘도 궁금한 걸 물어

날 위한 시간 투자이니 

무덤덤히 마음을 숨겼지



안 괜찮아, 안 괜찮아

200 만원이나 주는걸!




'피 땀 눈물' 아줌마버전 (by. 새콤달콤)





" 야! 너 몇 살이야! "


흥분한 사장님은 반말과 함께 소리를 쳤다. 수화기를 남편에게 얼른 넘겼다. 살다 살다 부동산 사장님과 싸워보긴 처음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전세로 내놓은 아파트를 보러 왔던 사람이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부동산 사장님은 계약서 작성일자 약속을 잡았고 신분증을 준비물로 지참하라 했다.


약속일자 당일이다. 임차인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계약서 도장을 찍는데 임차인은 현장에 없는 부인이었다. 뭔가 의아해서 사장님을 쳐다보았더니, 남편이 바쁜 아내를 대신해서 도장과 신분증 가져왔다면서 부부니까 괜찮다고 한다. 


아무리 부부라도 대리인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 순간,  사장님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니 '날 믿어'라는 눈빛을 보냈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이고 오며 가며 인사 나눈 사장님이니 그러려니 넘겼다. 계약서 도장을 찍으려니 갑자기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 세입자가 신용대출받을 거니까 협조 좀 잘해줘요 "


" 무슨 협조를 해야 하는 거죠? "


" 법원으로부터 서류가 올 거니까 "


" 저 그런 거 몰라요.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싫어요. "


" 안 읽어도 돼! 그냥 받고 버려도 돼! "


" 신용대출인데 제가 왜 법원으로 서류를 받아야 하는 거죠? "


" 세입자 신용으로 받는 대출이라서 집주인한테 아무런 문제 안 생겨. 그냥 대출이 실행되는 거니까 집주인으로서 알아야 할 사항이니까 알려준다는 뜻이야 "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나. 세입자가 5억을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한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분명 신용대출이라 하지 않았냐, 전세가 전체를 대출받는 경우가 어딨냐 물었더니, 사장님의 태도가 더  어이없었다. 


신용대출은 아무한테나 안 나가요. 그 사람 신용 보고 나가는 거예요. 집주인하고 전혀 상관없는 거예요 "


" 이름은 신용대출이지만 결국 우리 집이 담보로 책정된 거지 않습니까. 계약하기 전 사전에 미리 이런 사항을 말씀해 주셨으면, 제가 남편하고 의논했을 텐데. 계약하는 날 현장에서 도장 찍는 순간에 말씀하셔서 계약을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로 만드신 건 너무하십니다. "



진행하는 과정, 계약 완료 시점까지 계속 삐그덕 댔다.  동네 사람이니까 안일한 마인드로 계약 체결에 생략된 절차와 사전에 미리 고지해주지 않았던 사장님의 태도에 많이 화가 났다. 우리의 섭섭한 점을 이야기해도 '신용대출은 집주인과 상관없다'는 일관된 태도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전세금 보증보험과 임대인이 꼭 알아야 할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방지, 생활안전자금 대출 등을 알게 되었다. 생활안전자금대출은 형편이 어렵거나 무주택자만이 받을 수 있는 대출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생활안전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것 역시 주담대에 포함되는 거라서 만기 30~40년씩 설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해당집이 LTV 한도 가득 채워 대출 시행된 물건이라면 더 이상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레버리지 기회를 잃게 된 거다. 부정적인 생각을 잡고 있어 봤자 득 될 거 하나 없다. 부동산 지식을 하나 배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기로 하면서, 이 사건의 기억을 마무리했다.


결론은 모르면 당하는 거다. 

여성들이여! 당신이 가정과 육아로 사회적 경력이 단절되면서, 경제 교육을 받을 기회와 최신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운 상황인걸 이해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지켜야 할 게 있는 존재이니, 재미없어도 책을 손에서 놓으면 안돼요. 적어도 '내가 이해할 때까지' 주변 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끈질기게 질문하는 습관이라도 가져 봅시다. 



이 글의 저작권은 새콤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전재와 복제는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 저작권법에 의거 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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