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날씬한 이파리
탈락이다
얼굴을 덮는 커다란 이파리
합격이다.
주춤주춤 걷는 너
심각한 표정으로 나무를 끌어안는다
똥꼬에 힘 준 뒷모습
명당을 찾자 서둘러 팬티를 내린다.
겸손해야 할 산 앞에서
갈 때마다 흔적을 남긴다
똥 마려운 건 너인데
애간장이 타는 건 항상 나다.
팬티를 내리지 마라
새하얀 엉덩이에 붉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그러게 팬티를 내리지 마라.
팬티를 내리지 마라
가려운 건 너인데
또 나만 애간장이 탈 테니...
팬티를 내리지 마라 (by. 새콤달콤)
코로나가 지구를 덮었을 때 아이와 뒷동산을 다녔다. 가기 싫다는 아이를 이른 아침부터 깨우고, 투정을 받아주는 건 때로는 힘들 때가 있다. 용돈 안 준다는 둥 , 맛있는 거 사준다는 둥 별 말을 해가며 꼬셔댔다.
등산이 싫다던 아이는 점점 날다람쥐처럼 산을 잘 타기 시작했다. 등산이 체력만 증진시키는 게 아니라, 대장 운동도 활발히 해 주는 거 같다. 아이는 응아가 마렵다며 중간중간 나무를 붙잡았다. 먼 산을 바라보며 호흡을 한다.
화장실을 찾아야만 하는 나는 애간장이 타기만 했다. 응가를 해결해도 날벌레나 모기한테 물리지는 않았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아이 엉덩이를 톡톡 만져야만 했다.
그 뒤로 산에 갈 때 필수 준비물은 휴지가 되었다. 물론 아이도 필수 준비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