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쯤이었을까.
먹을 때마다 음식물 하나하나가
내 몸의 길을 통해 버스정류장처럼
섰다가 다시 가곤 하는 느낌을 받은 것은.
마치 낯선 길 어딘가에 서서
어딘지 모를 종착지를 향해 가는데
그 길 마디 마디마다
내 흔적을 꾹 찍고 지나는 듯한,
너무나 생생한 기분.
어느 날 그 기분을 느끼면서,
내 몸에 길이 나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먹으면 맛있고 배부르고
그래서 행복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삼킨 음식물이 길을 닦아
천천히 지나가고 있음을 너무나 사진처럼
선명하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내 몸은 아프다고 티를 냈다.
계속 툴툴 대기 시작했다.
쿡쿡 찌르고, 갑갑하고, 가시라도 박힌 듯이.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나의 몸 구석구석.
시간을 쌓아오면서 나의 오장 육부도 시간이 쌓였겠지.
마음이 아프면 꼭 몸 어딘가에서
신호를 주더라.
병원이라면 끔찍해 하는 나는,
어느 순간 너무나 미안해지더라.
주인 잘못 만난
나의 몸 구석구석에게.
그래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몸의 고생을 알아주고 싶었다.
제대로 관리도 하지 못하고,
정도 주지 못하고,
늘 그대로였기에
너무나 당연한 걸로 생각한 나에게
양심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손으로 쓰다듬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했다.
아껴주지 못해서, 등한시해서,
제대로 봐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왜 너희가 아프냐고
당황스러움 가득 담아
말을 건네기도 했다.
구석구석 이름을 불러주며
'내가 잘못했어.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신경 쓸게. 화 풀어.'라고.
주인 잘못 만난 나의 몸에게
나의 마음이 미안함을 전했다.
몸은,
여기저기 꾹꾹 쌓아놓았던 불만을
이제야 터뜨리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고
매일 오늘은 어땠냐고
안부를 묻는다.
몸과 마음이,
나란히
손잡고 발맞추어
너 나 할 것 없이
다툼 없이
똑같이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픈 마음도 달래고
그것으로 아파지는 몸도
달래야겠다.
부단히 열심으로 노력해야겠다.
오늘도 어제처럼 미안함 가득 담아
말을 건네본다.
얘들아
안녕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