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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May 30. 2021

내 몸에 말 걸기


몇 달 전쯤이었을까.

먹을 때마다 음식물 하나하나가

내 몸의 길을 통해 버스정류장처럼

섰다가 다시 가곤 하는 느낌을 받은 것은.

마치 낯선 길 어딘가에 서서

어딘지 모를 종착지를 향해 가는데

그 길 마디 마디마다 

내 흔적을 꾹 찍고 지나는 듯한,

너무나 생생한 기분.


 어느 날 그 기분을 느끼면서,

내 몸에 길이 나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먹으면 맛있고 배부르고 

그래서 행복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삼킨 음식물이 길을 닦아

천천히 지나가고 있음을 너무나 사진처럼

선명하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내 몸은 아프다고 티를 냈다.

계속 툴툴 대기 시작했다.

쿡쿡 찌르고, 갑갑하고, 가시라도 박힌 듯이.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나의 몸 구석구석.

시간을 쌓아오면서 나의 오장 육부도 시간이 쌓였겠지.

마음이 아프면 꼭 몸 어딘가에서 

신호를 주더라.

병원이라면 끔찍해 하는 나는,

어느 순간 너무나 미안해지더라.

주인 잘못 만난 

나의 몸 구석구석에게.


그래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몸의 고생을 알아주고 싶었다.

제대로 관리도 하지 못하고, 

정도 주지 못하고,

늘 그대로였기에 

너무나 당연한 걸로 생각한 나에게

양심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손으로 쓰다듬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했다.

아껴주지 못해서, 등한시해서, 

제대로 봐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왜 너희가 아프냐고

당황스러움 가득 담아 

말을 건네기도 했다. 

구석구석 이름을 불러주며

'내가 잘못했어.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신경 쓸게. 화 풀어.'라고.


주인 잘못 만난 나의 몸에게

나의 마음이 미안함을 전했다.


몸은, 

여기저기 꾹꾹 쌓아놓았던 불만을 

이제야 터뜨리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고

매일 오늘은 어땠냐고 

안부를 묻는다.





몸과 마음이,

 나란히 

손잡고 발맞추어 

너 나 할 것 없이

다툼 없이

똑같이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픈 마음도 달래고

그것으로 아파지는 몸도

달래야겠다.

부단히 열심으로 노력해야겠다.


오늘도 어제처럼 미안함 가득 담아

말을 건네본다.


얘들아

 안녕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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