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풀,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이
좋았습니다.
별자리를 백과사전 처럼 줄줄 외는 사람이 좋았습니다.
시간을 먹었어도
지금도 여전히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나무는
뿌리를 내린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삽니다.
칼날같은 바람이 불어도
쏘아대는 빛에 쩍쩍 갈라져도
묵묵히 모든 것을 존버하며
꼿꼿이 자리를 지킵니다.
수 십년을 혹은 수 백년을
그렇게 삽니다.
이기적인 인간이
쓸모에 따라
가차없이
목을 베고
뿌리를 뽑아버릴 때까지
침묵의 언어로 눈물을 흘리고
담백한 얼굴로 웃음 웃으면서
그렇게 살아냅니다.
계절따라 옷을 바꿔입는 멋쟁이면서
점잖은 듯 말이없는 신사,
수줍은 듯 볼 빨간 숙녀같은 나무.
때로는 쉴 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고
때로는 넉넉한 마음 자리 내어주는
그런 나무처럼 진득하니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