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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Jan 31. 2022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詩

안부를 묻습니다  2022 0112




아침부터 마음은 

길을 잃은 미아처럼 허둥댑니다. 

어디에서 평온함을 찾아야 할까요. 

오늘따라 하늘은 

푸른 불꽃에 날을 벼렸을까요. 

베일 듯 날카롭고 선명합니다.



두 손의 손가락을 

다 접어야 할 만큼 

시간이 쌓였습니다. 

이제는 일 년 중 딱 하루만 

당신으로 가득 채웁니다. 

아직도 그날은 

일 년 중 364일을

고이고이 접어두었을 뿐 

결코 잊을 수는 없습니다. 



그해는 눈이 많이 내렸었습니다. 

그곳은 많이 덥고 많이 추운 

도시였습니다.

기척도 없이 

살금살금 함박눈이 내렸던 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창문을 열어 시선이 닿는 곳에는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쟁이 눈사람이 

나와 눈 맞춤을 했고요, 

거리는 누군가 사랑을 담아 

사뿐사뿐 걸었을까요. 

여기저기 뿌려진 발자국들이 

무성했던 날이었지요.






종일 기쁨보다 걱정이 

온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어느 날. 

옅은 어둠이 재색으로 내리면 

도로는 온통 얼어붙고 

노심초사 내 마음도 얼음이 되어갈 때쯤 

하얀 눈 위 이미 어둠이 깊은 그속에서 

짠하고 모습을 드러내며 씩 웃던 

그 날의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ㅇㅇ기차역.

겨울은 더없이 깊어졌고 

쓸쓸함도 더없이 깊어졌던 그날. 

현실의 무게는 무겁고도 무거웠지만 

당신을 만나기 위해 

가진 옷 중에 가장 아끼던 

당신이 사준 옷을 입고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기차를 타고 택시를 타고 

또 기차를 타고 택시를 타고.


옆에서 무심히 등을 기대고 

머물다 돌아오던 길. 

ㅇㅇ역 철길은 온통 안개가 

물빛 꽃으로 덮였었습니다.

 

 기차는 깊은 안개를 뚫고 

둥둥 떠다니는 나를 구겨 넣고서는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를 집에다 

울컥 토해  놨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은 

무채색 흑백사진으로만

가슴속에 남았습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 목필균






오늘, 

하늘에는 새파란 색깔만큼이나 

새하얗게 낮달이 떠있었습니다. 

매일 마주하지는 못하지만 

자주 만나는 낮달. 

마치, 나는 쉼 없이 돌고 돌면서 

여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멈추어 서서 오래 바라봅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라벤더 향의 초를 켰습니다. 

이윽고 방안은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찹니다. 

꽁꽁 걸어 닫은 어느 틈에서 

바람이 고개를 디밀었을까요. 

둘곳없는 마음처럼 

초는 하냥 흔들리고 흔들립니다. 

혹여 내게 남기는 안부인가요.

 

몹시도 차가운 이 밤. 

부디 헤매지 말고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빛길따라 

천천히 잘 다녀가세요. 


유난히 맑고 

유난히 빛나는 별을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남겨놓은 발자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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