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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Jun 17. 2022

황홀한 순간마다-/에밀리 디킨슨 詩

 캘리그래피와




스스로에 대한 비루함이

스스로를 갉아먹은 하루였다.


단단한 줄 알았던 마음은

팔랑거리는 얇은 습자지보다도

약한 것이었다.


어둠을 먹은 누런 얼굴을

낮에게 들키기 싫었다.

혼자만 알고

가면을 쓰고 싶었다.


누가 등을 떠밀었나.

밀려온 불안은

오늘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뜨거운 볕은

덮어쓴 가면을 태워버렸고


나는

돌아와

꾸역꾸역

저녁을 먹었다.




에밀리 디킨슨 시





황홀한 순간마다-

그 황홀함에 비례하여 치열하게 부들부들 떨며

우리는 고뇌를 지불해야 한다

사랑하는 시간 시간

세월의 푼돈을 칼같이 내고-

동전 몇 닢에 통렬히 다투고-

금고에는 눈물이 쌓여!

                                          - 에밀리 디킨슨











별 볼일 없는 날들에 익숙해지려 하면

별 볼일이 생깁니다.

그 별 볼일이 쓰나미를 몰고 옵니다.

별것 아니라고 한다면

별것 아니고

별것이라고 한다면

별것인 것들입니다.


밋밋한 날들에

댕댕 종이 울린 날이었습니다.


좋은 것들은

나쁜 것들을 몰래 품고 있나 봅니다.

치열하지 않아도

부들부들은 해야 하고

작은 것에도 세월의 푼돈은

칼같이 내야하고

얻어야 할 것이 있다면

동전 아니라 지폐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게

고뇌를 순간순간마다 내어주고

금고에 차곡차곡 쌓인 것은

눈물 눈물.


어쩌면 그것조차도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은 그저 눈물은

아닐 테니까요.

기브 앤 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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