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김영하 작가의 책에서 읽었던 것 같다. 삶의 안정감은 어떤 낯선 곳이나 집단에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아는 사람들과 섞여서 아는 곳에서 익숙함을 느낄 때 안정감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안정감을 잘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서울 > 메릴랜드 > 서울 > 대구 > 버지니아 > 대구 > 서울 > (잠시 아이티에도 7개월) > 서울 > 뉴욕 > 서울 등으로 유랑하듯이 살다보니 그 어떤 곳에도 완전히 속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내게 여행은 일상과 의무에서의 해방과는 다른 의미다. 낯선 곳에서 나도 당연히 자유로움을 느끼곤 하지만, 낯설어야 할 곳이 낯설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다보니 그럴 때마다 묘한 안정감을 얻곤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기에, 역설적으로 어디서든 자유로울 수 있고, 또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올해 5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도쿄로 향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비바람과 폭염이 번갈아 반겨주었다.
비가 올 때 신발과 옷이 젖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날씨에 맞춰 적당히 숙소에서 쉬고, 느긋하게 돌아다녔다. 물론, 여전히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러 다녔고, 재즈킷사와 엘피 샵을 갔다 왔다. 요즘 옷에 관심이 완전히 사라져서인지 옷을 보러 돌아다니거나 쇼핑을 하지는 않았다.
도쿄를 자주 놀러오다 보니 여행 패턴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 이번에는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대충 찍고 대충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유튜브 링크), 다녀온 곳에 대한 짧은 기록을 여기 남긴다.
순서는 무작위이나 추천하는 곳들은 제목에 하이라이트 표시
처음 며칠은 조용히 있고 싶어서 숙소를 Koto 시 쪽 (키요스미공원 인근)으로 잡았다. 블루보틀, KOFFEE MAMEYA Kakeru 등 유명 카페는 물론 힙한 소형 갤러리들이 많이 생긴 동네. 작년 3월 마메야 카게루 방문 때 잠깐 돌아다닌 게 아쉬워서 아예 숙소를 이 인근으로 잡았다. 역시나 인근에 소형 로스터리와 카페가 많아서 좋았다.
위치 : https://maps.app.goo.gl/VKiC8iEe8mRWhpGs5
(방문이유)
정성들여 내리는 핸드드립과 커피젤리,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곳으로 예전부터 가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외진 동네에 있어서 이번에 겨우 가봤다.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가게 앞의 아이스크림콘 모양이 귀여웠다. 가게는 꽤 작은 편.
(주문)
따듯한 핸드드립 커피 (비바람에 정신이 좀 나가서 뭘 주문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에티오피아 원산지 커피였는데 바보같이 찍지를 않았다)
커피젤리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소감)
일본 특유의 단맛과 바디감을 강조하는 핸드드립 커피여서 꽤 맛있었다. 다만, 커피 자체로 이 곳을 방문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커피젤리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꽤 맛있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했다. 커피젤리와 아이스크림의 식감이 다소 비슷해서 조금 다른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아몬드나 땅콩을 위에 뿌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 Hmm..
굳이 저기까지 가서 방문할 이유는 없지만, 근처라면 커피젤리 아이스크림 주문하러 1번은 가볼만하다.
위치 : https://maps.app.goo.gl/C9zkxr8okUYfd34N9
(방문이유)
키요스미 인근에서 꽤 독특하고 좋은 로스터리로 이름을 몇 번 들어봤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여 바로 방문. 근처에도 다른 지점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관계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스케이터 출신의 로스터여서 그런지 가게 안에 Fuji Royal 로스터기와 스케이트 덱이 있었다. (멋짐)
(주문)
따듯한 필터 커피 주문
- 도미니카 공화국 와이니 지역의 '프린세사' (알프레도 디아스 농장) 내추럴
(소감)
여러 원두가 폭넓게 있어 좋았고, 특히 도미니카 공화국의 커피를 마셔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찾아보니 도미니카 공화국은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던데, 그럼에도 산미가 꽤 좋고 적당한 바디감과 함께 밸런스가 좋았다.
틀릴 가능성이 몹시 큰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약간의 붉은 과일맛, 허브나 차 마실 때 느껴찌는 쌉싸름한 쓴맛과 단맛 느낌이 좋았다.
점장님도 몹시 친절하시고, 가게 내부 분위기도 멋지고, 인근의 동네 주민들이 와서 가볍게 커피 마시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가 좋았다.
(추천?) Yes!
위치 : https://maps.app.goo.gl/4gxcmubrSZUg9uiM7
(방문 이유)
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MOT) 에서 전시 (내 스탈이 아니고 좀 많이 실망스러웠다) 하나 보고,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주택을 개조한 듯한 공간과 할아버님/할머님이 운영하시는 느낌이 좋아서 방문하였다.
(주문)
이미 아침에 ARiSE와 Allpress 에서 커피를 마셨기에 따듯한 라떼 한 잔, 과테말라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한 잔 주문
(소감)
가정집에서 뭔가 이웃집 어른들께 대접 받는 기분. 작은 공간임에도 10개가 넘는 싱글 오리진의 원두들이 있었고, 직접 로스팅을 하신다고 했다. 추출 온도와 시간을 꼼꼼하게 체크하시며 추출하셨고 라떼도, 싱글오리진 드립도 괜찮았다.
(추천?) Hmm.. 커피맛만 본다면 나쁘진 않지만 크게 특색이 있다고 보기에도 애매
위치 : https://maps.app.goo.gl/QEpGxaK3ain9WhAL7
(방문이유)
빵돌이로서 빵을 너무 먹고 싶어서 아침부터 헤매다가 찾은 곳. 오시마 섬의 우유만을 활용한 음료와 베이커리라는 특징과 화려한 간판이 신기해서 방문
(주문)
우유가 유명하다고 하니 우유 한 잔 ㅋㅋㅋ (유명한 건 마차 밀크라고 하셨다)
기다란 모양의 스콘이 특이하여 3개 주문 하였는데 플레인, 깨(?), 그리고 마차 스콘 (이었던 것 같다. 짧은 일본어로 알아듣기에 어려웠다)
(소감)
우유는 신선한 것 같은데 평소에 우유를 잘 안 먹어서 그런지, 크게 다른 맛을 알 수 없었다 ㅋㅋㅋ..
스콘은 부드러우면서도 밀도가 높아서인지 특유의 그 퍽퍽함(?)을 잘 갖고 있었다. 버터향은 강하지 않았으나 우유랑 같이 먹기 아주 좋았다.
(추천?) Hmm 맛은 있었으나 근처라면 방문하기 좋을 것 같다. 또는 우유를 엄청 좋아하고 잘 아는 분이라면?
시부야 인근으로 숙소를 옮겨 1박 2일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시부야/하라주쿠/요요기 공원 인근의, 내가 좋아해서 자주 가는 곳들
위치 : https://maps.app.goo.gl/CBVFhpCGZLGjRszXA
(방문 이유 및 소개)
3번째 방문. 일본 특유의 핸드드립 (단맛과 쓴맛이 꽤 강한) 이 맛있고 가게 내부에서는 핸드밀로 직접 그라인딩하고 커피 내리는 것을 보는 재미가, 외부에서는 (날씨가 좋을 때) 외부테이블/덱에서 또는 요요기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운치(?)가 있다
주문..이 기억이 안 나는데 일본 특유의 쓰고 텁텁하고 단맛이 있는 커피를 마시기 좋다.
(추천) Yes! 테이크아웃해서 요요기공원에서 마시기에도 좋다
위치 : https://maps.app.goo.gl/XJcU1rmnQmLskAyZ7
(방문 이유 및 소개)
2017 WBC 준우승, 일본 대표를 총 3번한 미키 스즈키가 추천한 곳으로 일본 스페셜티 커피/카페 에서 꽤 유명한 곳. 국내에서도 사실 맛있는 (그리고 비싼) 스페셜티 싱글오리진을 주문할 수 있기에 사실 방문할 때마다 좋으면서 뭔가 아쉽다.
시부야점은 공유 오피스와 함께 공간을 쓰고 있다.
(주문) 이번에 여행 갔을 때는 무엇을 주문했는지 깜빡하고 찍지 않았다. 찾아보니 이건 작년 사진이네.
(바리스타 분의 추천을 받아 COE에서 6위를 차지한 Peru Bello Horizonte 게이샤 워시드 주문했고,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오렌지나 살구 같은 상큼한 산미가 돋보였다고 기록했다. 부드럽지만 꽤 텁텁한 바디감도 좋았고. 다만 이걸 이 가격에 먹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국보다 비쌌다 -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추천?)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한다면 Yes
7. Blue Bottle Coffee - Shibuya Cafe
위치 : https://maps.app.goo.gl/nsGo6kNoY9s5Qmm57
(방문이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짐 다 싸고, 라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어서 숙소 인근의 블보 방문. 재즈가 나와서 좋았고, 공원처럼 꾸며진 공간이 굉장히 좋았다.
(주문)
Lavendar Yuzu latte 가 시즌 한정 메뉴라고 해서 시켰는데.. 진짜 맛있었다. 사진을 안 찍은 것이 후회될 정도. 지금은 주문 가능한지 모르겠다
(추천?) 블보야 사실 국내에도 있으니 굳이 싶으면서도, 공원처럼 공간이 잘 되어 있어서 적당히 쉬기에 좋았다.
위치 : https://maps.app.goo.gl/9SaWR8wAD2mSFb6B6
(방문이유) 재작년부터 도쿄에 올 때마다 가는 곳. 빵돌이에게 천국 같은 곳.
(주문) 호밀빵부터 크롸상, 식빵, 초코 크라캉, 소시지빵 그리고 내 최애 시나몬롤까지 두루두루 먹어봄
(추천?) YES!!!
위치 : https://maps.app.goo.gl/cZ3z6EZPprMcQgRA8
(방문이유) 에비스역 인근에서 접시랑 컵 사러 갔다가 너무 배고파서 쓱 보다가 방문. 먹고 나서 찾아보니 구글평도 좋다.
(주문) 당연히 타이야끼. 타이야끼 특유의 그 바삭하고 얇은 겉빵과 터질듯이 가득찬 (그리고 뜨거운) 팥. 팥도 굉장히 밀도 높게 뻑뻑하고 적당히 달아서 (설탕 단맛이 아닌) 아주 좋았다. 몹시 만족
(추천) YES
비가 와서, 가고 싶었던 곳들을 많이 못 갔다. 못 가서 아쉬웠던 곳들은 다음과 같다.
1. BIEN-ETRE MAISON
과일 파르페로 유명한 곳. Time-out 잡지에서 보고 무척 가고싶었으나.. 비를 뚫고 가기엔 나의 의지가 약했다. https://maps.app.goo.gl/sReaY7NyiP1YRdGz6
2. Paris S'eveille
도쿄 파티쉐리 중 1위 (지금은 이제 한 3위 정도한다고 한다) 였던 곳. 빵돌이로서 너무 가고 싶었으나 비와 폭염으로 역시나 포기.
지유가오카 인근 https://maps.app.goo.gl/SDMBj8Fwuu9h1wCj7
3. Comme'N TOKYO
Le mondial du pain에서 우승한 곳. 지유가오카 인근으로 역시나 멀어서 포기. (아자부다이힐스 지하에도 있다고 하던데.. 아쉽)
https://maps.app.goo.gl/PVDHthZXvVEUiTo58
다음 편은 재즈킷사, 재즈바, 그리고 엘피 가게.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いーぐる Eagle Yotsuya
2. Hal’s jazz
3. Disk Union Shibuya Jazz Rare Groove
4. HMV record
5. Cafe Incus
6. 기타 진보쵸 인근의 엘피샵들..
* 문 닫은 곳 (Face Records ㅠㅠ)
https://blog.naver.com/letstalkabout_blog/223947967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