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달라지는 과정
지난주에는 일이 생겨서 못 가서
2주 만에 방문하게 된 화실.
갈 때는 또 집에 쿵이만 두고 나가는 길이라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화실에 도착한 순간 쿵이를 잠깐 잊을 정도로
또 흠뻑 빠져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고..
이렇게 보내는 게 맞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누군가 왜 혼자 보내는지 물어보면
괜히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아니, 익숙한 것을 떠나서 좋아졌다.
온전히 나로 있는 이 시간이.
글을 쓰면서,
문득 화실을 언제부터 다녔지 계산해 보니까
화실에 다닌 지 벌써 9개월 차다.
9개월을 다니면서
많은 작품들을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시작했던 선 긋기, 면, 입체감 표현..
그리고 소묘로 완성한 그림으로부터
색연필화와 지금 그리는 아크릴까지 이어지면서
정말 차곡차곡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몇 개의 작품들이 완성됐다.
작품을 완성하려고 시작했던 시간이 아니라
정말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던 그 과정들에서
오히려 비워내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마음,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려고 하던 마음,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 배우려고 했던 마음,
하나씩 비워내는 그 시간이 좋았다.
2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몰입이 좋았다.
/
기본인 선 긋기로 시작된 이 과정이
꼭 혼자 보내는 시간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카페 가서 시간 보내기,
혼자 밥 먹기,
혼자 전시회 가기,
혼자 여행 가기.
결과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가 좋아져서 그다음이 좋아지고,
그다음의 시간이 좋아서 또 그다음을 하게 되는
이런 혼자만의 시간이 좋았다.
누군가와 꼭 함께하지 않아도,
외롭게 느껴지지 않고,
내가 못나 보이지 않고,
점점 내가 예뻐 보이는 이 시간이 참 좋아졌다.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내가 점점 예뻐 보인다. (아.. 12시가 넘었네.. 어제 일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