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지는 이유

시야가 달라지는 과정

by 유하


지난주에는 일이 생겨서 못 가서

2주 만에 방문하게 된 화실.


갈 때는 또 집에 쿵이만 두고 나가는 길이라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화실에 도착한 순간 쿵이를 잠깐 잊을 정도로

또 흠뻑 빠져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고..

이렇게 보내는 게 맞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누군가 왜 혼자 보내는지 물어보면

괜히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아니, 익숙한 것을 떠나서 좋아졌다.

온전히 나로 있는 이 시간이.






글을 쓰면서,

문득 화실을 언제부터 다녔지 계산해 보니까

화실에 다닌 지 벌써 9개월 차다.

9개월을 다니면서

많은 작품들을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시작했던 선 긋기, 면, 입체감 표현..

그리고 소묘로 완성한 그림으로부터

색연필화와 지금 그리는 아크릴까지 이어지면서

정말 차곡차곡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몇 개의 작품들이 완성됐다.

작품을 완성하려고 시작했던 시간이 아니라

정말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던 그 과정들에서

오히려 비워내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마음,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려고 하던 마음,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 배우려고 했던 마음,

하나씩 비워내는 그 시간이 좋았다.

2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몰입이 좋았다.



/


기본인 선 긋기로 시작된 이 과정이

꼭 혼자 보내는 시간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카페 가서 시간 보내기,

혼자 밥 먹기,

혼자 전시회 가기,

혼자 여행 가기.

결과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가 좋아져서 그다음이 좋아지고,

그다음의 시간이 좋아서 또 그다음을 하게 되는

이런 혼자만의 시간이 좋았다.

누군가와 꼭 함께하지 않아도,

외롭게 느껴지지 않고,

내가 못나 보이지 않고,

점점 내가 예뻐 보이는 이 시간이 참 좋아졌다.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내가 점점 예뻐 보인다. (아.. 12시가 넘었네.. 어제 일기가 됐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남이 중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