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하 Oct 20. 2023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글을 담을래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순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쌓이게 되면서, 내가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그 서평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추천하다 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차올랐다. 그런데, 과연 내가 글을 쓰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까? 그리고 나는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쓸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풍선처럼 부풀었던 마음이 금세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들었다.





유하님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네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이 돼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왔던 대답은 글이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니. 묘한 침묵에 ‘작가’라는 타이틀이 돌아왔을 때는 갑자기 어디론가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고 싶은 것은 맞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이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되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압도되는 느낌에 순간 주춤하며 말을 멈췄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작가라는 그 타이틀이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작가는 조금 더 깊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처럼… 나처럼… 버퍼링이 걸린 듯 생각이 멈춰버렸다.


갑자기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차올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나를 찾는 수업을 위한 스피치 강의를 듣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감을 잡은 것 같기는 하지만, 그 타이틀이 무겁게 느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만나게 된 이 시간들이 조금 더 나를 만날 수 있지 않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하님만의 이야기를 해봐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재미없어할 거라는 생각에 꺼내지 못할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내 이야기를 해봐요.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물론, 처음에는 이 모든 이야기가 뜬금없이 들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라니- 내 이야기는 재미없다는 생각과 똑같은 이야기일 텐데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어-라는 생각이 합쳐져서 자연스럽게 안으로만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해야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 이야기는 평상시에도 아주 친한 친구들한테도 잘 안 했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을 뿐이어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뜬금없이 들릴 뿐이었다.


친한 친구들도, 가족에게도 그런데 과연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까?  





그런데, 아니었다.

스피치를 하면서 느꼈던 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내 이야기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앞에서 무언가를 얘기한다는 걸 두려워했을 뿐이었다.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주며 공감을 하고 반응을 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잘못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의 이야기는 정말 온전히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와 그때 느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변했던 모든 순간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 오로지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나 스스로 멈췄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재밌게 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런 얘기를 하면 다른 소리를 들을까 봐 눈치가 보여서. 그렇게 꽁꽁 숨겨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다면 이렇게 내 이야기를 글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전 10화 나를 꺼내준 손길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