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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Oct 18. 2023

나를 꺼내준 손길들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는 것이 아닌, 내 시선으로 쌓아가려면 책의 양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물론, 책을 양으로 채우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것은 매번 어려웠다.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월말만 되면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하고는 있으니.


그래도 그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조금 덜하게 만들기 위해 기록을 하기로 했다. 기록을 하는 시간을 늘린다면, 양에 대한 욕심을 줄이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다 그렇게 하면서 조금 더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늘 테니 더 좋은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 역시 1일 1 쓰기를 해야 한다며 책의 양을 늘려가는 나를 만나기도 했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 다정소감 / 김혼비


그렇게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는 나를 붙잡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보낼 무렵, 우연히 찾아왔다. 나를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책을 좋아하니 나쁜 사람들은 아닐 거라는 막연한 짐작으로 처음에는 가볍게 어울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누군가를 내 선 안으로 들여놓는 것은 내가 큰 용기를 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낯가리지만 낯가리지 않는, A도 아니고 B도 아닌 상태에서 받아들였는데도 그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려고 했다.


나에게는 그게 너무 낯설었다.





책으로 치유했던 순간들이 있다고 해도 흔적이 남아서일까, 무해한 시선들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또 벽을 세우고 관찰자모드로 진입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한꺼번에 받아들였다가 또 한 번 상처를 입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사람에 대해서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다.


어쩌면 끊어내기 쉬운 관계 속에서의 만남일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쉽게 단정 짓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나보다도 더 좋아해 주고, 좋은 면을 바라보려고 하는 그 다정한 시선들이 내가 세워놓은 벽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나의 장점을 바라보고 이런 사람인데-라는 작은 칭찬마저 어색해서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나에게 끊임없이 표현했다. 누군가의 다정한 시선과 행동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만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 쿠크다스멘탈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거라고 되새기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게 했을 뿐 아니라 나를 나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까지 조금씩 꺼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꺼냄의 시작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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