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작업실
준호 예슬이 그리고 은수의 장난
준호가 정리를 잘해서 요즘 작업 후 다 같이 청소하고 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매일 6시 마치면서 다 같이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 것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준호와 예슬이가 장난 삼아 작업실 왼쪽 철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걸려 주의를 주고 보내려는데 들어와 보니 은수가 담을 넘어 문 안으로 들어와 있어 아이들 3명을 모아놓고 혼을 냈습니다.
혼을 낸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는데,
1 남의 집 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담을 넘은 것은 무단침입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 경찰에 신고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
2 다칠 우려가 있는데도 다 같이 합심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3 샘이 문을 열려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은수가 담을 넘은 사실을 바로 알려주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일단 작업노트에 반성문을 쓰게 했습니다.
샘의 밤은 깊어갑니다.
노 어덜트 존으로 운영되는 아이들의 작업실이지만 샘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샘이 개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얼마만큼 개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우선 오늘도 최선을 다해봅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의부터 시작해봅시다.
이 상황을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흔히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는 ‘혼난다’는 표현의 사전적 정의에서 시작해봅니다. ‘호되게(매우 심하게) 꾸지람(아랫사람의 잘못을 꾸짖는 말)을 듣거나 벌을 받는다.’ 작업실에는 위아래의 개념이 없을뿐더러 잘못된 것을 전달하면 되지 매우 심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더더군다나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니 ‘주의’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단어의 뜻을 들여다보니 1) 잘못이 없도록 2) 미리 3) 일러주거나 가르쳐주어 4)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샘의 역할은 ‘주의를 주는 것’이 좋겠네요.
서로에게 주의를 줄 땐 이렇게 해볼까요?
1 우선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2 무엇이 왜 문제인지 모두가 문제에 동의할 때까지 대화합니다.
3 그리고 다음에 같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온 창의력을 동원해 함께 대안을 세워봅니다.
막상 상황이 닥치면 1번부터 쉽지 않지만, 이렇게 문제를 이해하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걸음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작업실 미니 사전]
야단치다 소리를 높여 호되게 꾸짖다.
호통치다 크게 꾸짖거나 주의를 주다.
혼나다 【… 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다.
훈계하다 타일러서 잘못이 없도록 주의를 주다.
꾸짖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잘못에 대하여 엄하게 나무라다.
경고하다 조심하거나 삼가도록 미리 주의를 주다.
주의 경고나 훈계의 뜻으로 일깨움. (용예. 주의를 주다)
일깨우다 일러 주거나 가르쳐서 깨닫게 하다.
가르치다 【… 에게 … 을】(주로 ‘버릇’, ‘버르장머리’와 함께 쓰여) 그릇된 버릇 따위를 고치어 바로잡다.
깨닫다 사물의 본질이나 이치 따위를 생각하거나 궁리하여 알게 되다.
충고하다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르다.
타이르다 잘 깨닫도록 일의 이치를 밝혀 말해 주다. ≒이르다.
설득하다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하다.
권하다 어떤 일을 하도록 부추기다.
권고하다 어떤 일을 하도록 권하다.
권유하다 권하여 타이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