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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ent Doors May 07. 2021

질문에 답합니다

밤의 작업실

은수의 질문

“샘들이 계시는 곳은 우리가 들어갈 수 없는데,
왜 샘은 우리가 작업하는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거예요?" 

은수의 생각은 아마 모든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샘들이 있고, 뭔가가 많은 것 같아서 궁금한 것이 많은데 아이들은 들어올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에요. 은수와 앉아서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공유할게요.


일단 은수에게 두 가지를 물어봤어요.    

1 샘들은 왜 들어오지 말라고 할까? 

2 은재는 왜 여기에 들어오고 싶을까?


그랬더니 답변이,

1 샘들이 일하는 데 불편하니까.

2 뭐가 있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라고 왔습니다. 


그래서 은수에게, 솔직히 은수가 한 명만 들어오는 건 크게 불편하지 않은데, 은수 한 명이 들어옴으로써 다른 친구들이 다 오고 싶어 하면 많이 불편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은수가 궁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계속해서 들어오거나 한꺼번에 여러 명이 들어오면 많이 힘들겠지만, 그렇게 궁금하면 약속을 정해서 5분 동안 구경시켜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은수가 다음에 오면 5분 동안 샘이 일하는 곳을 구경시켜주겠다는 약속장(?)을 쓰고, 날짜를 적고, 둘이서 사인을 했어요. 계속해서 이런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한 번 시도해 보려고요.











질문은 종종 ‘훅’ 들어옵니다. 

난데없이 들어온 질문에 짜잔! 하고 완벽한 답을 내밀며 ‘어때 멋지지?’ 하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해지지 않는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당황하고 맙니다. 당황을 숨기기 위해 교묘하게 화제를 돌려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떠넘겨보기도 하고, 장난 섞인 거짓말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떤 답이 ‘좋은 답’일까요?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답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기억을 거슬러 누군가의 답을 기다리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때로는 빠른 답이, 때로는 질문이, 때로는 답을 모르겠다는 솔직한 고백이 ‘좋은 답’이 되었습니다. 좋은 답의 기준은 상황에 따라 늘 달랐고, 같은 답을 들어도 어느 날은 무릎 ‘탁’ 치는 좋은 답이 어느 날은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마음을 다해 듣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릅니다. 

살면서 들었던 ‘좋은 답’들의 공통점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답의 모양은 모두 달랐지만, 그 답을 해준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질문을 진심으로 들어주었습니다. 꼭 답을 주지 않더라도 질문의 답을 함께 찾아갈 상대가 되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완벽한 답에 대한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귀를 활짝 열고 질문을 들어봅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함께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샘 공간 방문 약속장(?)’ 만큼이나 멋진 해결책이 나올 거예요. 




하루에 질문 하나, 매일력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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