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작업실
2017. 8. 8
우석 의견 : 고무줄 총이나 활을 만들고 나면 사용하고 싶어 지는데, 내가 만든 무기가 얼마나 잘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 종이컵을 무너뜨리면서 작업실을 사용하고 싶다.
종이컵 무너질 때 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작업실이 시끄러워지고 다른 친구들이 작업하는 데도 방해가 됩니다. 무기류를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작업실 공간 안에서 총을 쏘다 보면 자꾸 맞는 사람이 생기네요. 무기 사용에 대한 샘과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서, 서로에게 적절한 대안을 생각해 보았어요.
[필수 약속 1]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필수 약속 2] 놀이가 끝난 뒤 종이컵을 정리하고 고무줄도 다 줍는다.
[선택 약속 1] 작업실 밖에 나가서 한다.
[선택 약속 2] 작업실 안에서 테스트할 때는 종이컵을 6개만 사용한다.
2가지 필수 약속과 2가지 선택지를 만들고 현우는 1번, 윤재는 2번을 택해서 놀이를 계속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필수 약속인데 이 부분은 아직 말을 계속해야 듣는 것 같아요.
2017. 8. 17
아이들이 만든 무기를 가지고 종이컵 쓰러뜨리기를 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과 다시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종범이 시연이 등등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작업하는 아이들의 귀를 직접 막아줄 새로운 샘들을 고용한다는 아이디어, 귀마개를 하자는 아이디어, 놀이를 할 수 있는 방음 방을 만들자는 아이디어 등이 나왔습니다. 놀이방을 만들 수는 없고, 그렇다면 같은 기능을 하는 놀이터에 가서 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작업실에서는 종이컵 맞추기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꾸준히 말해주거나, 포스터 등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사용해보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무기로 다른 아이들을 공격하는 것, 작업실을 시끄럽게 하는 것, 결과만 똑 떼어놓고 보면 분명 작업실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입니다. 그런데 우석이 이야기를 가만 들어보면, 그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이해가 가는 정도가 아니라, 작업에 깊이를 더해 실험까지 해내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죠. 우석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무작정 우석이를 나무랄 뻔했군요.
‘안돼!’는 쉽습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안돼!’를 끝없이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덕분에 위험하거나 문제가 될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시무룩해진 아이의 표정에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 그러하듯, 아이의 행동에도 분명 동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왜 그 행동을 했는지 헤아리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돼!’는 지 함께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 아닐까요.
이유를 물어보세요.
사실 그렇게 마음먹어도 분명 일상 속에서는 불쑥불쑥 ‘안돼!’가 튀어나오고 맙니다. 그럴 땐 이미 ‘안돼!’를 외쳤더라도, 아이와 함께 차근차근 생각해봅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그 행동이 안되는지,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유를 듣고 나면 안 된다고 외친 게 미안해질 만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나씩 아이와 주파수를 맞추어가다 보면 어느새 ‘작업하는 아이들의 귀를 직접 막아주는 선생님을 고용하는 방법’ 만큼이나 스윗한 해결책을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