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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ent Doors May 28. 2021

보여줍니다

밤의 작업실

지수의 작업

요즘 샘들이 자수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지수도 바느질, 자수에 관심이 많습니다. 프랑스 자수를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고, 천 대신 펠트지를 이용해 자기만의 작업을 만들어가요. 펠트지로 지갑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바느질은 뚝딱 잘 해내고, 오늘은 실로 모양을 만드는 샘들을 보고 배우고 싶어 해서 꽃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지수는 손재주가 좋고 꼼꼼해서 빨리 배웠어요. 아이들이 많이 없어서 샘들과 함께 옹기종기 자수 놀이를 했습니다. 











‘얘가 얘가! 누굴 닮아서 이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때론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는 단골 레퍼토리죠. 아이는 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밀하게 관찰하고 똑같이 따라 합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범인을 알고 싶다면 아이가 함께 일상을 보내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면 됩니다. 범인은 항상, 이 안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진정한 관찰 대왕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행동, 표정, 말투,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뉘앙스까지 작은 톨 씨 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따라 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나를 닮은 모습을 발견하면 참 뿌듯하고도 신기하다가, 문득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집니다. 양치를 하다가도, 밥숟가락을 들다가도, TV를 보며 웃다가도 반짝이는 아이의 눈을 보면 멈칫합니다. 


나 먼저 충분히 행복합시다. 

우리는 아이가 좋은 것만 배우고 나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아이는 의식적으로 ‘배우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습득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더 나은 삶을 가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꾸는 것입니다. 수영으로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고, 제철 음식 가득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작은 베란다 정원에 틔워 오른 연한 새순을 맘껏 즐기고, 로망이었던 프랑스 자수를 배우고. 나의 삶을 먼저 크고 작은 즐거움들로 채워가다 보면 나의 표정에 깃든 활기와 삶에 대한 애정을 아이들은 분명, 닮아갑니다. 


오늘부터 하나씩, 사소하고도 확실한 나만의 행복을 찾아볼까요? 




하루에 질문 하나, 매일력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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